청주지검이 발표한 양길승 몰카 중간 수사결과는 김도훈 전 검사를 확실하게 흠집냈다.  자신이 수사하는 사건의 피의자를 끌어 들여 몰래카메라 촬영을 지시했고,  공갈협박범에겐 무혐의 처분의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아 챙겼으며,  또 다른 피의자의 부인에겐 1억원 상당의 토지를 요구하며 무려 7차례에 걸쳐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밖의 혐의들은 조잡하기 이를데 없어 굳이 거론치 않겠다. 

 만약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김도훈 전검사는 그야말로 파렴치범이나 다름없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는 인간도 아니다.  이런 사람이 지난해 연말 충청리뷰를 잡겠다고 광고주를 탄압하고, 지역의 대표적 개혁인사인 김정기 전서원대총장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니,  당장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상식을 소중히 하는 입장에서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도 기자는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가 수사 일지에서 일부 밝혔다는 이원호씨의 정치자금 제공과 검찰 윗선의 수사압력 의혹은 왜 여전히 억측과 설로만 떠돌아 다닐까.  여전히 실체적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김전검사가 자신의 불리한 입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뒤늦게 일지를 작성했다는 검찰측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도훈 전 검사에게 요구한다. 지금 당장,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섣부른 판단인지는 몰라도 김도훈 전 검사는 지금 파렴치범과 의인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검찰의 수사발표대로라면 그는 이 순간 사회적으로 매도해야 할 '잡범'에 불과하고,  지금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는 많은 양심인들의 바람대로 정치권과 검찰의 구조적 비리를 고발한다면 시대의 '양심'으로 추앙받을 것이다.  검사였던 그가 동료 검사에 의해 영어의 몸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일종의 호의를 표한 것은 딱 한가지 이유에서다.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사회적 소명의식이 앞섰기 때문이다.

 지금 김도훈 전 검사와 그의 변호인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김도훈이라는 자연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그 보다도 그가 아직도 사랑한다는 검찰과 검사의 명예를 뒤찾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여긴다.  본인 스스로 시사했던 이원호씨의 부당한 정치자금 제공과 검찰 윗선의 수사압력 의혹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실패한다면 그는 우리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까지 '검사'를 이용했다는 비열한 평가는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