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보관계획서'보관 고작… 현장 확인 없어
의약사 양심 전적의존… 업무지침 제도보완 필요

▲ 전자기록부 도입에도 불구하고 휴폐업 병원들의 진단영상촬영 필름이나 진료기록부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휴폐업 병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환자 진료기록부 관리 소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문을 닫은 도내 휴폐업 병의원은 72개소. 12개 시·군중 청주가 폐업 42개, 휴업 1개 등 모두 43개소(60%)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들 휴폐업 병원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보관하고 있는 청주지역 보건소는 하나도 없었다. 이는 별도의 보관 장소가 마뜩하지 않은데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련예산이 없어 개설자의 진료기록부 보관계획서를 받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

더욱이 의약사의 양심에 맡긴 채 진료기록부 보관계획서의 사실여부를 위한 현장 확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때 정관계 주요인사에 대한 신상기록 파일이 담긴 CD가 보험회사 직원으로 유출돼 쓰레기통에 버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 신상정보에 대한 관리가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의약사의 양심에만 의지한 휴폐업 병·의원 진료기록부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행 의료법 40조 의료기관 개설자가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경우는 진료기록부를 관할 보건소장에게 넘기거나 개설자가 보관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보건소장의 허가를 받아 직접 보관할 수 있다.

이는 약사법 22·40조 의약품등의 제조업자나 품목허가를 받은자, 약국 개설자는 휴폐업 이후 7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가 보관 장소 및 관리인력 부족, 전자의무기록 전산시스템의 호환문제 등을 들어 개설자의 위탁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휴폐업 병원들의 환자들이 진료기록부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 흥덕·상당 보건소 관계자는 "대형 병원들이 문을 닫을 경우 엑스레이나 MRI, CT촬영 필름 등 막대한 진료기록부 보관 장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지역에선 중소병의원이 폐업할 경우 개설자가 진료기록부 보관계획서를 제출하고 자체 보관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휴폐업 병원에 다니는 환자가 진료기록부가 꼭 필요할 경우 의사회 등의 도움을 받아 연락해 진료기록부 확인을 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며 "다만 폐업 이후 상당한 시일이 걸리면 연락이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보건소 조차 진료기록부 보관계획서를 제출한 병원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한 현장 확인을 의무화 하는 행정업무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진료기록부에 대한 보관계획서를 받는 것이 고작이어서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청주 흥덕보건소 관계자는 "인력난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업무 규정에도 없는 현장 확인을 하는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의료법 19조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 조항이 있어 면허취소를 각오할 의료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며 "다만 현장확인이 미흡한 점은 공감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문닫는 한의원 늘어나
올해 폐업신고 10개소 중 4개 한의원

▲ 한의원을 찾은 한 환자가 침을 맞고 있다.
경기침체에 한의원의 폐업률이 늘고 있다. 청주 상당·흥덕보건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현재 폐업 신고한 병의원 수는 모두 10개소로 이 중 40%에 이르는 4개소가 한의원이다. 특히 상당구의 경우 폐업신고한 6개소의 병의원 중 67%에 이른 4개소가 한의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폐업 신고한 34개소의 병의원 중 한의원이 차지한 7개소 21%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병의원 539개소 중 27개소, 한의원 156개소 중 7개소가 문을 닫아 병의원 폐업률 5%와도 맞먹는 수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관련업계는 탕약 판매 수익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한의원의 특성상 경기침체로 씀씀이를 줄이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충북한의사협회 정사윤(고려한의원장·사진)회장은 "IMF때인 97년에는 오히려 약재가 많이 팔렸다"며 "당시는 비보험인 탕약 대 보험진료가 10대1 수준이어서 수입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금은 개업 한의원의 비보험 대 보험수가가 5대5 수준으로 많이 어려워 지다보니 젊은 한의사들이 개원하는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난해 전국에 개원한 850개의 한의원을 포함해 1만 2000개의 한의원 중 70∼80%가 이전을 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며 "이는 결국 한의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한의원이 갈수록 설 곳을 잃는 것은 경기의 영향만은 아니다"며 "양방과의 갈등도 있다. 양방이 태동한 서구사회는 요즘 동양의학에 심취해 침술 연구가 한창이다. 이런 의미에서 양한방 협진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일 수를 줄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도움말:정사윤 충북한의사협회장(현 고려한의원장)
그는 또 "양의들이 소아과를 소아청소년과, 방사선 촬영을 영상의학과, 산부인과를 여성청소년과로 진료과목을 확대하면서도 전문병원을 꾸리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오장육부와 기(혈)의 흐름을 예진과 진맥을 통해 처방하는 한방은 이같은 변화도 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방에도 코비한의원, 비만·척추한의원 등 전문한의원이 태동하고 있지만 사실상 오장육부를 다스려 치료를 하는 한방의 특성상 전문 한의원이란 존재를 있을 수 없다"며 "이것이 한방의 한계로 독립분과 학문으로서 양한방이 협진을 통해 환자들의 빠른 치유를 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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