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충북 홀대론, 허약한 도세로 귀결
출향인사들의 구심체 없고, 인재관리 전혀 안돼

“우리도 충북출신 대통령을 만들자. 그러기 전에는 우리 이익을 챙길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세종시건설특별법 유산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불투명, 청주국제공항 민영화 가능성, 천안~청주국제공항 수도권 전철 연결 불투명 등으로 지역현안들이 좌절되거나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민들이 하는 소리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호남과 영남은 특유의 정치력으로 제 몫을 챙기지만 충청권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사실이다. 충청권 중에서도 대전·충남은 충북보다 인구가 많고 자유선진당이라는 정치적 기반이 있어 그리 서글프지 않다. 유독 충북만이 허약한 도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3% 경제’의 그늘에 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다 중앙에 진출해 있는 충북출신 고위급 인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앙무대에서 뛰고 있는 충북인사들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제기한다.

충북의 인물난은 그동안 인물을 키우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이어진다. 차제에 인재를 양성,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이명박 정부들어 충북인들은 ‘충북홀대론’을 입에 달고 산다. 지난달 19일 충북도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와의 정책간담회 때 충북쪽의 한 인사가 ‘충북홀대론’을 거론하자 한나라당의 모 간부는 ‘그 말 좀 그만하라’며 곤혹스러워 했지만, 홀대론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충북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도세가 매우 약한 곳에 속한다. 인구와 면적도 작지만, 인물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충북도는 지난해 9월 중앙 및 과천청사에서 근무중인 충북 출신 서기관 이상 고위공직자 200여명을 서울 센트럴시티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중앙부처 충북출신 공무원’ 수첩도 제작 배포했다. 이 수첩에 따르면 중앙에서 활동중인 충북 출신 공무원들은 1000명에 이른다. 언뜻 보기에는 많은 것 같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그동안 충북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 예도 없었다. 수첩도 지난해 9월에서야 처음 만들었다. 충북출신들끼리 마음을 터놓고 만나는 모임이 없으니 서로 누가 고향사람인지도 모르고 사는 것이다. 이 날 간담회는 충북도에서 현안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 이들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주무르는 사람들이니 행정기관으로서는 이런 자리가 백번 필요하다.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 안병만 장관, 정종수 차관
행정안전부, 충북출신 국장 無
이 행사를 한 시점에 충북출신 장·차관급으로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괴산)과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장관급·청주), 김영호 행정안전부 제1차관(충주), 정종수 노동부 차관(옥천) 등이 있었다. 이후 올 1월 안철식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현재 조중표 실장과 김영호 차관은 퇴임하고 안철식 차관은 과로로 순직해 안병만 장관·정종수 차관만 남았다.

안 차관은 차관 부임 9일만인 지난 1월 28일 새벽, 56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평소 지병이 없었던 안 차관은 연이은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돌연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안 차관의 고향인 청주에서는 훌륭한 인물을 잃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죽음을 아까워했다. 차관으로 입각해 한창 일 할 일꾼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어난 곳은 경남 양산이지만, 7살 때 충주로 이사와 충북출신으로 분류되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도 지난해 말 쌀 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중도사퇴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안 그래도 중앙부처에 이렇다할 인물이 없는 충북으로서는 여간 궁핍한 게 아니다. 줄곧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다 내려온 신동인 충북도 행정국장은 “몇 명 안되는 충북출신 장·차관이 퇴임하거나 별세하고, 행정안전부 고위급이 급격히 줄어 인물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는 지금 충북출신 국장급이 한 명도 없다. 서기관급 이하는 많이 있으나 국장급까지 올라온 사람은 없다. 따라서 우리지역 출신 행정공무원들이 중앙부처에 올라가 하루빨리 업무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충북도는 이종배 행정부지사 후임으로 외지 출신 행정부지사를 받게 됐다. 민선시대 들어 줄곧 충북출신들이 행정부지사를 역임했으나 이번에는 명맥이 끊긴 것이다. 부지사를 하려면 행정안전부 국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외지 출신을 받게 된 것. 물론 어느 지역출신이나 올 수 있지만, 이는 충북의 인물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도는 인물을 키우기 위해 박경국 전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을 청와대로 보냈으나 행정안전부 국장을 거치지 못해 아직 내려올 때가 되지 않았다. 박 전 실장은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지역경제활성화 국장이다.

그리고 박경국 국장 이후에도 고규창 행정안전부 제도총괄과장과 서승우 행정안전부장관 비서실장이 뒤를 잇고 있으나 역시 중간 중간에 간격이 떠 올해처럼 외지출신 행정부지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충북도 2~3급 고위급들이 행정안전부 국장을 경험한 뒤 돌아와 행정부지사 명맥을 잇자는 이야기도 있으나 당장 3급들은 2급으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행정안전부 국장을 하려면 2급을 달고 올라가야 하는데 충북도 2급은 정책관리실장과 도의회 사무처장, 청주시 부시장 등 3자리 밖에 없어 이 곳으로 가는데도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대책이 없는 편이다. 정무부지사는 공모도 하는 세상이라 다양한 분야 사람이 올 수 있지만, 행정부지사는 지역을 잘 알면서 행정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와야 한다는 게 지역민들의 얘기다.

충북협회 파행에 들끟는 비판 목소리
충북도, 출향인사 DB 지난해서야 구축

"충북출신들은 외롭다"
5급 이상 중앙부처 충북출신 공무원으로는 지식경제부가 65명으로 가장 많고 국토해양부 64명, 행정안전부 52명, 교육과학기술부에 44명 등이 재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청주가 16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주시 166명, 청원군이 127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지난해 9월 기준이라서 약간 변동이 있으나 대략 이 선이다.

5급 이상 충북출신 중앙부처 공무원은 그나마 충북도가 수첩을 제작해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지만, 다른 분야는 파악하기가 정말 힘들다. 충북도에서 지난해 작성한 810명의 인물명단이 있을 뿐이다. 충북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는 지난해 수도권 거주 직종별 주요 출향인사 378명의 DB를 구축했다. 그러나 파악 당시 매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도내 출향인들의 구심체가 없어 자료 입수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 사진 왼쪽부터 강유식, 권처신, 박재영, 김동기, 정봉규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충북협회가 벌써 몇 년전부터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우리지역은 출향인사들의 명단 하나 변변히 없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이필우 현 회장은 임광수 전 회장처럼 단임약속을 지키지 않아 현재 구성원들끼리 극한 대립양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충북협회와 각 시·군 향우회가 있지만, 출향인사 명단이 없다. 그래서 청주시내 각 고등학교 동문회로 연락했으나 너무 오래된 것이어서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는 충북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측의 말은 생각해볼 만하다. 다른 지역은 벌써 오래전부터 밀어주고 끌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상부상조하고 있는데 우리는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출향인사 모 씨는 “충북출신 중에는 자신의 고향을 충북이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에서 오래 살아 애향심이 없을 수 있지만, 고향을 밝히지 못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충북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라며 “영·호남에서 세를 과시하며 모이는 것을 보면 부럽다. 우리도 구심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 이후 다시 ‘TK 사단’들이 득세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힘있는 자리에 이 지역 출신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지연·혈연·학연을 너무 따져 폐단도 많지만, 적절한 결속력은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타지에서 활동하는 충북출신들은 너무 외롭다”고 토로한 뒤 “고향출신들 얼굴을 알아야 아는 척이라도 할텐데 우리지역은 충북협회가 저러고 있으니 교류하는 자리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모 씨도“경상도는 고시합격하면 협회에서 만찬을 열고 정·관·재계 인사들이 일대 일 결연을 맺어 후원자 역할을 한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을 하면 말이 나올 수 있으므로 사회단체에서 하는 게 좋다"고 거들었다.

인재양성재단, 인재관리하라
실제 충북은 고시합격자나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꿈나무들을 격려하는데 인색하다. 그러나 고시합격자만 보더라도 중앙에 올라가 영향력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여론인데, 이 또한 명단이 없다. 충북도 측에 문의했으나 행시를 합격하고 도에서 수습사무관을 지낸 사람들 외에는 명단이 없었다. 체계적인 인재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고시에 합격했던 모 씨는 충북의 어떤 인사나 단체로부터도 축하인사를 받지 못했다고 말해 이런 사실을 뒷받침했다.

김진덕 충북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소장은 “충북은 인구가 적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인재도 적다. 그런데다 인재관리도 안돼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에서 인재양성재단을 만든 만큼 인재를 발굴, 육성, 관리해서 활용하고 충북협회도 출향인사들의 본부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인재양성재단은 지난 2008년 출범해 향후 10년간 연 100억원씩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장학금 지급은 정관규정대로 하고 있지만, 인재양성 및 관리에 대한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인재DB구축을 마무리한 후 실질적으로 인물 키우는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 담당 부서의 말이다. 만일 이 재단에서 인재양성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는 곧 장학재단으로 위상이 추락될 것이다. 도민들은 벌써부터 이를 걱정하고 있다.

주요 출향인사들 누가 있나
충북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가 구축한 주요 출향인사 명단을 요약하면 정계는 현직 국회의원들 외에 신경식 한나라당 상임고문, 박상현 경기도의원, 황광식·김기성 서울시의원 등이 있다.

그리고 관계에는 김동기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 김선기 한국수출보험공단 본부장, 곽창신 서울대 관리국장, 김윤배 대전지방노동청장, 김현덕 외교안보연구원 총영사, 박영규 서울지방노동청장, 오재학 짐바브웨 대사, 유인재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장 등이 있다. 또 이경근 국가보훈처 창의혁신담당관과 이재충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장종식 서울지방항공청장 등도 충북출신이다.

재계인사로는 임광수 임광토건(주) 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그룹 부회장, 권처신 한화손해보험(주) 사장, 박재영 현대상선(주) 부사장, 김봉수 키움증권 대표, 박용운 SC제일은행 상무,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정봉규 지엔텍홀딩스 회장, 박근희 삼성전자 중국전자총괄사장, 이헌식 삼성코닝정밀유리 대표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CEO급 들이다. 또 금융계에서는 박인철 우리금융지주 상무, 양원근 우리은행 감사, 김하중 우리은행 부행장, 금기조 우리은행 단장, 오병건 국민은행 부행장, 이종환·오세관 농협중앙회 상무, 김일헌 IT본부 분사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충북출신 언론계 인사로는 표완수 오마이뉴스 회장과 구관서 EBS 대표, 송현승 연합뉴스 상무, 변재운 국민일보 편집국장, 홍상표 YTN 국장 등이 있다. 그 외 최승주 삼진제약 대표와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 김수현 작가도 충북출신이다. 법조계와 경찰쪽은 4쪽 참고.

이를 보더라도 전국적으로 내로라 할 만한 충북출신들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한 경제지에는 ‘금융지주사 인사분석’ 기사가 게재됐다. 약 200명의 주요인사 명단이 실렸는데 이 중 충북출신은 6명에 불과했다. 현재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지만 충북의 인사는 너무 빈약하다. 이는 충북에 실력있는 상고가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물을 키우지 못했다는 반증도 된다.

따라서 충북도가 매월 한 번씩 직원들을 위해 열고 있는 청풍아카데미에 ‘도민 자긍심높이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충북출신 인사를 초청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충북출신 인재가 없다는 소리에 사기가 저하돼 있는데 성공한 사람을 초청한다면 자긍심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충북인물을 찾을 수 있고, 출향인사들은 차제에 애향심을 고취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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