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희 정경부장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의 4선(選) 연임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더니, 급기야 회장후보였던 인사가 “이태호 회장이 불출마를 부탁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여론의 역풍속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는 “잡음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잡음’을 일으킨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경제단체의 수장으로서 그가 4선을 했다고 해서 문제삼는게 아니다. 오래 산다고 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만 변화하는 시대에서 끊임없는 자격논란과 함께 실질적으로 청주상공회의소와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그의 기여도에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에 이제 그만 물러나라는 요구가 많았던 것이다.

이번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상공회의소 직원들, 경제인들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인들의 선거, 그것도 예전에나 있음직한 음해와 모략, 소문과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토론과 대안, 비전제시는 없었다. 회장선거 과정에 대한 관심만 집중됐지, 상공회의소 회장의 역할과 상공회의소의 비전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주고 받는 일은 보기 어려웠다. 이번 선거가 지역민에게는 무슨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제, 뿌연 안개를 젖히고 나니 4선 성공의 기록을 세운 그에게서 4가지 화두가 떠오른다.
첫 번째, 4선 도전에 나선 그의 처신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적임자가 나서면 출마하지 않겠다”는게 이른바 ‘출마의 변’이다. 적임자 유무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 적임자는 청주상공회의소 의원들이 선택할 것이고, 경제인들의 몫으로 남겨도 된다. 이 말은 “적임자가 나서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두 번째, ‘아름다운 당선’에 너무 많은 욕심을 냈다. 상공회의소 회장선출은 의원들이 하게 되어 있는데, 만일 의원후보자가 정족수를 넘기면 투표를 해야 한다. 투표를 할 경우 회장선거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회장선거논란으로 불거질 것이다. 그의 말대로 오석송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에 부회장직을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담합시도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완벽한 시나리오는 이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세 번째, 그의 임기말에는 상공회의소가 임의가입 시대를 맞게 된다. 그가 열심히 일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그의 성실성과 노력까지 폄훼하지는 않는다. 자격시비속에서도 그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한번만 더하고 나면 어떤 ‘집’을 후임자에게 물려줄 것인가. 곳간이 넘치는 집일까, 아니면 쓰러져 가는 집일까.

네 번째, 그래서 새로운 시각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 회장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만장일치’로 4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취임식을 했다. 취임식은 몇십명 되지 않는 직원들이 서기에도 비좁은 회의실에서 열렸다. 상공회관 건립 공약이 언제부터 나온지도 아득할 정도다. 이번이 마지막이고 퇴임할 때 박수를 받고 싶다고 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을 때는 외면하더니 박수를 받으면서 퇴임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그의 3년을 주목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인 경제인들이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상공회의소를 통해 화합하고, 힘을 내서 경제를 일으키도록 해야할 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온 여러가지 일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