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언론을 하시오. 신문이나 방송은 자율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언론을 해야 합니다.'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세상에 자유와 자율을 가지고 무엇을 해 보라는 것을 나쁘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론적으로 좋은 것을 현실적으로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한나라당은 전투적인 진용으로 미디어법을 상정했다. 그리고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칼을 들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주당, 민노당, 자민련, 진보신당 등은 물론이고 언론노조와 비수도권 시민들이 연대하여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 미디어법이라는 것의 핵심은 자유와 자율이다. '정부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니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맞추어 시장에서 경쟁하라'라는 것이다. 그리고 개혁개방 자유자율과 같은 표어를 내걸었다. 한국은 정치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경제에서는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맞는 자율을 오히려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언론이나 시민민중단체에서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것은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독과점을 허용, 아니 권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언론시장에서 자유와 자율이란 자유롭게 약자를 잡아먹어도 된다는 정글법칙을 뜻한다. 또한 그것은 대기업이 언론을 소유해도 좋다는 자유, 그리고 재벌언론이 방송에 진출해도 좋다는 자율이다. 그래서 내놓은 핵심이 바로 신문방송 겸영이고 거대 언론재벌이 효율적으로 한국언론을 장악해도 무방하다는 미디어법이다.

신문과 방송을 겸영(兼營)하고 독점에 대한 견제가 없어지게 되면, 지역언론의 생존은 위태하다. 지역방송은 단지 전파중계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지역신문은 거대신문의 지사로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의 미디어 환경 변화의 조짐 이후, 지역방송의 지역제작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또한 지역신문을 보기보다는 수도권 신문만 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그것은 언론환경이 전혀 다른 서구유럽의 경우이고 실제로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수도권 언론의 독재가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재벌언론이라는 것은 수도권 언론이고 수도권 언론을 지지하는 정당은 수도권당이다.

미디어법은 거대언론을 통해서 정치를 장악하고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것이 수도권 강화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전국을 하나의 경제단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1970년대 고속도로 건설의 표어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선포된 전국일일생활권이라는 성장발전토목건설식의 발상은 너무나 유치하고 너무나 폭력적이다. 이들에게는 효율성과 경쟁력만 존재하고 인간이 자기주체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가치의 존재론은 없다. 또한 수도권의 언론이 부산이나 광주의 언론으로 통합되는 일일생활권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 점을 간파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7일,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부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구 패권정치의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옳지 않은 것이라서 반대를 했더니, 좌파정권 10년이 튀어나온다. 그러니까 좌파 10년에 언론사의 기자나 PD를 포함한 언론인 대다수가 좌파적 경향에 물들었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지극히 좋은 법인데, 좌파들이니까 반대한다는 데 이르러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좌파가 아니라면 결코 반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바로 한나라당과 정부의 수준인 셈이다. 그럴까. 아니다. 이것은 좌파와는 관계가 없다. 결론은 이렇다. 지역은 자기주체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것이지 수도권의 발전에 의탁해서 살고 싶지 않다. 한마디 덧붙인다. 지역언론 다 죽는다 수도권당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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