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번째로 1km급 고온초전도선 개발 성공
저온초전도선 이어…30% 전력전달 효율 향상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지난달 21일 “본원 소속 오상수 박사팀이 1km급 고온초전도선 개발에 성공, 에너지 손실이 적은 전력케이블과 변압기, 모터 등 전력기기 핵심소재 개발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KERI가 개발했다는 ‘1km급 고온초전도선’이란 길이 1km에서 50암페어(A) 정도의 전력전달 성능을 갖는 전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의 AMSC사와 일본의 스미토모전공(SEI)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이룩해 낸 개가이다.
오 박사팀이 개발한 고온초전도선은 비스무계(Bi계)로, 내부에 55심(가닥)의 초전도체 필라멘트가 박혀 있는 구조다. 이 선은 액체 질소온도에서 평균적으로 약 50A의 높은 임계전류를 가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온초전도선은 강도가 낮은 은 대신에 강도가 우수한 은과 마그네슘 합금으로 이뤄진 튜브를 사용, 교류손실 값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KERI의 설명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을 정작 끄는 것은 KERI가 이 같은 관련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이번 기술개발 과정에서 충북 청원에 중심 공장을 두고 있는 ‘넥상스 코리아’가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넥상스 코리아는 KERI로부터 고온초전도 공정기술을 이전받아 1년 이내에 상용화급의 고온초전도선을 양산할 계획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핵융합 발전소에도 납품
청원군 남이면 사동리 165 안심사 진입부근에 소재한 넥상스 코리아는 옛 대성전선의 후신. 196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세계 2위의 케이블 제조회사로 30여 개국에 걸쳐 70여 개 현지공장을 거느리고 있는 프랑스 넥상스 그룹과 2001년에 M&A(인수합병)됐다.

넥상스 코리아 청원공장의 이종건 부사장 겸 기술연구소장(59)은 “초전도선재 개발을 위해 본사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KERI)과 12년 전부터 공동개발에 나섰다”며 “저온초전도선은 이미 기술개발에 성공, 대전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세워지는 핵융합 발전소 시험로에 핵심소재인 초전도 마그네틱 코일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저온 초전도 마그네틱 코일의 경우 1.3km 짜리가 10억원을 호가한다”며 “넥상스 코리아는 전력 케이블을 비롯해 광(光) 및 동(銅)통신 케이블, 저온 및 고온 초전도선을 양산하거나 시험 생산하는 전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넥상스 코리아가 확보한 고온초전도선 기술은 1km의 전도선을 중간에 단선 없이 한 줄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1km 50암페어급 초전도선을 개발했는데, 이는 특정온도에서 50암페어까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같은 단면적을 기준으로 암페어가 클수록 성능이 좋은 것입니다. 50암페어급이라면 기존의 동케이블보다 전류흐름의 용량이 무려 15∼20배 이상 큰 수준입니다.”

부가가치 무한한 신기술 분야
이종건 부사장은 “통신케이블의 경우 용량에 한계를 갖고 있는 동케이블을 광케이블이 대체하고 있듯 앞으로 전력케이블 역시 고온초전도케이블이 동케이블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고온초전도케이블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지금보다 전력 전달의 손실을 30%이상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전력케이블의 교체만으로 현재 우리나라 발전시설의 용량을 30%이상 확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이제 우리나라가 세계 3번째로 고온초전도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초전도케이블(초전도선보다 한 단계 향상된 제품)은 물론 초전도케이블을 이용한 변압기와 모터의 개발 여지가 무궁무진하게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사장은 “대전의 핵융합발전소 시험로가 성공적으로 가동, 핵융합발전이 기존의 핵분열발전소를 대체하며 상용화될 경우 핵폐기물 처리문제로 골치를 썩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며 “이는 최첨단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 줄 환경혜택”이라고 말했다.

“현재 EU를 비롯,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주축이 돼 진행하고 있는 ‘국제열핵융합로 개발 사업’ 즉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에 한국도 참여할 예정으로 이렇게 되면 넥상스 코리아가 개발·생산하는 고온 및 저온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획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음성 대영전선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넥상스 코리아는 지난 5월 진천 극동전선마저 프랑스 본사에 합병됨으로써 충북에만 3개 회사를 갖고 있다. 이중에서도 20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청원공장이 주축 생산기지로 올해 1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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