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충청리뷰 대표

청주시-청원군 통합을 위한 3차 도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 을)이 ‘기초단체간 자율적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신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행정구역 개편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주민 5%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방단체장만 할 수 있던 주민투표 부의권을 주민들에게도 주겠다는 것이다.

노 의원의 특별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청원군에서 주민 5% 이상의 동의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10월께 3차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여야가 지방 행정조직 축소를 기반으로한 행정구역 개편에 원칙적 합의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 의원의 특별법이 가로막힐 이유는 없다.

일부 반론이 있다면 “어차피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는 마당에 청주-청원도 그때 함께 처리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작업은 2010년 지방선거전에 마무리되기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내년에 또다시 청주시장-청원군수 선거를 별도로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선출된 단체장들의 임기를 보장한다면 2014년에야 통합 자치단체장 선출이 가능하다. 계란 노른자위처럼 포위된 청주시의 도시개발 계획은 4년간 더 발목 잡혀야 한다.

한나라당 정권교체 1년을 맞아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하물며 지방행정 체계를 바꾸고 4년간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시군통합에 대한 두번째 반론은 “청주 청원이 합치면 도내 인구의 절반이 넘는데 결국 충북도는 유명무실해지고 자칫 광역자치단체를 잃게 된다”는 주장이다. 청주통합시가 등장하면 충북도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안에는 도 축소 또는 도 폐지론이 포함돼 있다.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지역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광역자치단체는 여야의 정치적 합의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한국병인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광역자치단체 재조정은 불가피하다. 결론적으로, 충북도의 운명은 개별적 사안이 아니고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시군통합의 명분을 희석시키는 가장 예민한(?) 반론은 청주시장의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론이다. 통합반대론을 전파하고 있는 청원군측은 남상우 시장의 ‘정치적 쇼’라고 비하시키고 있다. 통합에 미온적인 정우택 지사는 취재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통합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통합시장 안나가겠다고 해야 순수성 갖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남 시장에게 ‘차라리 도지사에 도전하라’고 풀무질을 했다.

이런 경우가 바로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100년만의 행정구역 통합을 논하는 마당에 통합시장 선거를 놓고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남 시장을 ‘정치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도 뜬금없다. 남상우 시장은 정당 공천으로 당선됐고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까지 치른 정치인이다. 정치가 직업인 사람에게 ‘정치적이다’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시집온 새댁에게 애는 낳지 말라는 격이다.

특히 시군통합 현안을 정치인들의 이해득실로 들여다보는 시각은 주민들의 참여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시군통합의 주체인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무대에서 멱살잡고 싸우는 정치인들만 눈에 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민의식은 ‘관객 민주주의’로 퇴행하고 주민투표를 외면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달을 쳐다보고’ 시군통합에 대해 냉정하게 토론하고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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