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6일 선종했습니다. 저는 지난 2002년 평화방송 라디오에 근무하던 시절 서울 혜화동의 주교관에서 추기경을 직접 뵌 적이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머물던 주교관은 평범한 2층 양옥 주택으로 평소의 검소한 생활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추기경의 집무실은 별다른 가구 없이 책으로 가득 찼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방일간지와 통신사에서 도청과 정치를 담당하면서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고위층을 직접 볼 수 있었지만 ‘경외’라는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수환 추기경을 만날 땐 모든 분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시대의 어른을 직접 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경외심’을 갖게 됐습니다. 충북지역엔 그 존재 자체만으로 권위를 갖고 있는 큰 어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그 분의 말 한마디가 태산 같은 ‘큰 울림’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원로가 있었으면 숱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내 기자들도 지역의 큰 어른을 만드는 데 인색하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제가 지방일간지의 괴산 주재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을 역임한 탄성 스님이 괴산 공림사 주지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탄성 스님은 승용차를 사양하고 시내버스를 이용할 정도로 검소한 모습이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탄성 스님을 인터뷰한 적이 없었고 공림사 또는 생전의 스님 모습을 기사로 쓰지 않았습니다.

이제 충북의 큰 어른이 될 원로들에 대해 지역 언론계가 관심은 물론 애정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도내에서 중재 역할이 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또 다시 ‘충북엔 큰 어른이 없다’는 탄식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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