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전 임원들, 뇌물 전달과정 재조명


  충주축협이 현 교현동 본소 건물을 인수한 것은 당일 임시총회를 거쳐 건물주와 본계약을 맺은 96년 12월 18일이다. 이날 어둠이 짙게 내린 오후 8시 쯤 충주 공설운동장 옆 주차장에 승용차 3대가 나타난다. 한 대는 건물주 안모씨의 것이고 또 한 대는 당시 축협 감사 최모씨와 이사 이모씨가 동석한 갤로퍼 차량,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조합 상무였던 정모씨의 차량이다.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건물주 안씨는 1억7000만원이 든 상자를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꺼내 갤로퍼 차량에 타고 있던 최감사에게 전달한다. 안씨는 곧바로 떠났고,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정상무가 갤로퍼로 다가와 최, 이, 정 세 사람이 차량 안에 동승하게 된다. 갤로퍼 안에서 세 사람은 각각 5600만원씩 나누어 각자의 차량에 실은 다음 인근 연수동 지하 룸싸롱으로 향한다. 5600만원씩 나눠 갖고 남은 200만원을 이곳에서 술값으로 사용한 것이다. 건물주로부터 받은 뇌물을 아주 공평하게(?) 분배한 셈이다.

세 사람의 의기투합은 조합 이사회가 열린 그해 12월 9일부터 시작됐다. 조합측이 40억원에 건물을 매입하려고 하자 최감사와 이이사가 이의를 제기했고 다음날 정상무의 주선으로 역전동 ㄷ일식집에서 만나 건물매입건에 대해 최, 이 두사람이 딴죽을 걸지 않는 조건으로 매매가의 10%인 4억원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헤어진 최, 이 두사람은 다음날 건물주 안씨의 사무실로 찾아 가 최종적으로 1억7천만원을 받기로 합의, 안씨는 각서를 써 계약과 동시에 건네주기로 약속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약속은 성실하게 이행됐다.

이에 대해 당시 조합간부들을 고발한 나문수씨는 이들이 1억7000만원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관계자(?)들이 뇌물을 독식하려다가 이들에게 들통났기 때문이고 따라서 그 배후인물, 이른바 몸통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감사와 이이사는 99년 구속될 당시 검찰 조사에서 “분명히 뒷거래가 있는 것같아 따졌고(최) 소외감을 느껴 반대를 하니까(이) 정상무가 자리를 만들어 줬다”는 진술을 해 뒷배경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나문수씨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감사와 이사의 문제제기에 조합간부가 질질 끌려 다녔고, 건물매입이 이루어진 당일 뇌물이 건네졌다는 것은 비정상의 극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무식하게 해 먹었다. 이런 일이 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배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건물가격이 높고 낮음을 떠나 거래가 합법적이고 정상적이었다면 조합 간부가 끌려다닐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건물주도 굳이 뇌물을 바쳐가며 팔아 넘길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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