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대표

지난해 충북지역 지방의회에 대해 의정모니터 활동을 했다. 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이고, 의원은 주민을 대표하여 지방정부를 감시·독려하며 주민의 인권과 생명권, 복지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 대변자이다.

어느 군의회에 갔는데 의회사무처 직원이 법령집을 들고 나와 모니터단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한참이나 뒤적이고 다른 직원과 의논을 하더니 우리를 받아들였다.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16년째의 지방의회 모습이다. 열린의회의 주인은 대체 누구라는 말인가?

우선 우리지역에는 13개의 도·시·군의회가 있고 총 지방의원 수는 161명이다. 이중 여성의원은 21명으로 여성의 대표성은 13.4%에 불과하다. 51% 여성인구의 대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10% 장애인의 대표성도 전무하다. 민선4기가 출범할 때 제천시의회에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한 분이 비례대표로 선출되어 매스컴에서 요란스럽게 보도한 바 있다. 제천시의회는 예산을 편성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중증장애인 의원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 의원은 몸이 불편해 중도하차 하고 말았다.

또 학부모의 대의, 노인의 대의, 이주여성의 대의, 한 부모 가족의 대의, 농민의 대의 등 다양한 생활자 주민의 대표성의 지방의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라고 뽑기는 하는데, 뽑아놓고 보면 우리의 대표가 아니다.이런 현상은 비록 우리지역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주민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 잘못된 선거문화, 고비용 정치구조의 엉터리 공천 등 어느 한 곳 다양한 주민의 대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의회는 누구의 의회인가?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주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다양한 주민의 의견을 듣고,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정책을 개발하고 지방정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의원들은 의회활동을 자신들의 선거운동의 장으로만 활용한다.

08년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의원은 여러 명의 제자를 성추행하여 파면된 가해교사를 두둔하며 “어쩌다 한 실수를 가지고…” 라고 표현했다. 또 파면조치에 대해서는 “성급한 처리로 한 가정을 파멸시켰다”고 교육청 관계자를 추궁했다. 그는 피해학생들에 대한 걱정과 재발방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가해교사에 대한 대단한 연민을 나타내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폭력감수성과 성인지 관점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그런가하면 한 의원은 충북지역에 10개소 정도의 학교에 인조잔디운동장을 설치하고 있는데 “원하는 학교에 인조잔디를 다 깔아주도록 하라”고 도교육청에 요구하기도 하였다. 인조잔디는 심각한 환경유해물질로 아동들의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예산을 들여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라는 것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모 의원은 ‘장애아동 취업지도 교재 제작 교사협의회’ 활동에 대해 “애들을 더 병신 만드는 그 딴 걸 왜 하느냐”고 교육청관계자에게 야단을 쳤다. 아주 필요하고 훌륭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차별적이고 무책임하며, 무지한 발언이 의회에서 난무하고 있었다. 일부 소수 의원들은 주민의 대표로 열심히 활동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정책과 대안이 없다. 전 해에 한 질의를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하는 의원들도 있다. 유구무언이다.

더욱이 이런 의원들의 질의에 집행부 공무원 또한 두리뭉실 적당히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한다. 주민의 혈세가 낭비되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대책이나 계획의 구체성도 없이 “전임이 한 일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검토하겠습니다”로 일관한다. 이는 의원들의 질의에 권위와 책임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방의회는 생활정치의 장이다. 지역의 다양한 주민대표가 모여 구체적인 삶이 논의되는 곳이어야 한다. 앞으로 주민들이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복지와 문화의 권리를 향유하고, 교육을 받는데 소외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일에 전력하는 지방의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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