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수도 검토" 발언 진위놓고 논란

스위스계 다국적 기업 네슬레가 노조의 장기파업에 맞서 청주공장을 비롯, 한국내 공장 및 영업조직 등에 대해 직장폐쇄를 확대단행한 가운데 "한국철수도 검토하고 있다"는 당초의 발표와 관련해 스위스 본사와 한국네슬레 측의 확인내용이 엇갈리게 나오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개월이상 장기파업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 네슬레는 8월 25일 서울사무소 폐쇄에 이어 지난 3일 국내 최대 생산기지인 청주사업장의 직장폐쇄(lockout)를 결정,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 네슬레측은 "스위스에 있는 네슬레 본사가 한국 네슬레 측에 전달한 통보문을 통해 '청주공장의 존속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혀 충격파를 던졌다..(상세한 내용은 아래 별도 상자 참조)

한국 네슬레는 3일 "4일 새벽 0시를 기해 청주사업장을 비롯해 전국 7개 영업 지역본부 및 4개 물류 창고를 직장폐쇄하게 됐다"며 "스위스 본사로부터 청주공장의 존속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공장을 철수할 경우의 (한국내) 법적 절차도 검토토록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네슬레는 경영진이 계획하는 구조조정과 관련, 노조로부터 "구조조정을 할 경우 노동조합과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받는 한편 노조의 경영참여권 보장문제 등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한국네슬레의 경영진은 본사의 방침도 있지만 그보다는 노조의 경영참여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조와의 사전협의를 거쳐야만 한다는 노동조합측의 주장은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타협 불가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노조 측은 "그동안 회사 경영진이 장기파업사태를 오히려 유도하는 등 불성실하면서도 반노조적인 행태를 보여왔다"며 "이에따라 우리로서는 회사 측에서 결과적으로 직장폐쇄를 하기 위한 명분만을 쌓아왔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노조측은 나아가 "이번에 회사측이 한국철수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임단협 때마다 나온 노조 압박용 카드였다"며 철수검토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국네슬레측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노조 때문에 한국을 떠나려는 것처럼 사태의 파장을 부풀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인 것이다.

이에대해 회사 측은 "매년 임금인상률이 두자릿수에 이르는 등 각종 ㅣㅂ용 증가로 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노조측의 파업으로 경영여건이 계속 악화돼 내려진 조처"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노조측은 "다국적 기업의 특성상 전체 평균 이익률보다 떨어지면 투자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에서의 경쟁력 하락원인에 대해 회사측이 한국적인 특수성에 맞지 않는 영업구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어쨌든 회사측은 과도한 임금인상 등 비용증가와 영업력의 하락에 따라 문제가 드러난 대리점 판매방식을 아웃소싱하면서 영업사원 40여명을 전환배치하는 등 영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해 왔으며, 노조에서는 이에 맞서 장기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회사쪽은 장기파업에 맞서 직장폐쇄의 확대결정을 발표하면서 "한국철수를 검토하라는 본사의 통보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발표까지 하고 나선 것.

하지만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스위스 베베이에 있는 네슬레 본사의 프랑수아 자비에 페루 네슬레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네슬레의 한국 철수설은 (본사의) 발언을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된 오해로 보인다. 네슬레 본사로서는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은 분명히 없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노조의 주장처럼 한국네슬레가 노조 압박용 카드로 예의 '한국 철수론'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내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이에앞서 지난 3일 청주공장 등에 대한 직장폐쇄 결정을 발표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한국 현지 사장으로서 본사 지시에 따라 국내 생산시설의 철수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스위스 본사(Nestle S.A.)가 보내온 통보문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영문과 해석문.  다만 이 영어문안은 본사의 통보문 원본이라기 보다는 한국네슬레가 이번의 직장폐쇄 확대방침을 결정하면서 해외 언론 등에 보도자료로 배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원문=(Seoul-September3, 2003) Nestle Korea announced that it has been informed by Nestle S.A. to review the continuance of its Cheonju Factory and the legal procedure of closing it.

Through the announcement, Nestle S.A. clarified that it sets international regulations and its corporate principles as the basis for 'Global Management' and observes local laws and regulations as part of 'Localized Management'. As a result, Nestle will observe the local regulation of  'No-Work, No-Wage' policy. Nestle does respect the legal behavior of its labor union but cannot accept the labor union's demand for management involvement.

In addition, if the competitiveness of Nestle Korea continues to decline due to the lingering labor union strike, the crucial decision on the factory will be inevitable.

In accordance with Nestle S.A.'s announcement, Nestle Korea decided to extend its lockout plan to Cheongju Factory, 7 sales offices and 4 warehouses following the previous Seoul office lockout on August 25. The purpose of the lockout is to protect the facilities and emplyees of Nestle Korea from the militant labor unions, who hindered the distribution of Nestle products and verbally attacked the non-union laborers.

Sam H. Lee, the president of Nestle Korea said, "As a local president of a multinational company, it's time to make a decision within the authority I have," and added, "I feel truly regretful that it has come this far. As a Korean president, I regret thatI have to review the specific steps of discontinuance of the local manufacturing facility."

*국문 해석문=한국네슬레는 네슬레 본사로부터 청주공장의 존속여부와 철수에 따른 법적 절차를 검토하도록 통보받았다.

통보문을 통해 네슬레 본사는 (한국네슬레 경영에 있어서) '글로벌 경영'의 기초에 따라 국제적 규약과 회사방침을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과 '현지화 경영'의 일환으로 현지법(한국법)과 규약들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네슬레는 '무노동, 무임금'이란 한국내 규약을 준수할 것이다.

네슬레는 노조의 합법적인 행동은 존중하지만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덧붙여 한국네슬레의 경쟁력이 노조의 장기화하는 파업으로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청주)공장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한국네슬레는 본사의 통보문에 따라 8월 25일 이뤄진 서울사무소에 대한 직장폐쇄를 청주공장과 7개 판매소, 4개의 창고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직장폐쇄는 네슬레 제품의 유통을 방해하고 말 그대로 비노조원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는 호전적인 노조로부터 한국네슬레의시설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삼희 한국네슬레 사장은 "다국적 기업의 현지(한국) 사장으로서 내게 주어진 권한내에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청주)제조시설의 중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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