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대한 우리가 몰랐던 오해와 진실 3가지

<한국박물관 100주년>
올해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의 해이다. 한국의 박물관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근대박물관이 시작된 원년은 1909년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1908년 8월 ‘순종을 위로하자’는 즉흥적인 발의에 의해서 창경원 안에 박물관, 동물원, 식물원 업무를 관장할 ‘어원사무국(御苑事務局)’을 뒀고, 1909년 11월1일, 이를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09년 11월2일자 ‘대한민보’는 “이미 보도한 것과 같이 동식물원에서 어제부터 일반 인민에게 관람을 허락하였는데 입장권을 어른은 10전, 어린이는 5전씩 매표하였고, 이후로는 1주일에 월·목 양 요일만 제하고 그 외 5일은 허하되 앞뒤가 휴일이면 이날도 관람케 한다더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이 한국박물관 100주년이 된 것이다.

국립청주박물관(관장 김성명)도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지역 대중과 호흡하는 다양한 기획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은 단순한 유물의 저장고가 아니다. 박물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보며 100세를 맞는 한국 박물관과 사귀어 보자. 박물관은 살아있다.

Q. 박물관의 유물은 모두가 진짜일까?
A. 고인류 머리뼈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진품

▲ 머리뼈는 모두 가짜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모두 진짜일까?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누구나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유물의 안전을 위해 복제품을 전시하고 진품은 지하 수장고에 깊이깊이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사실상 거의 100%가 진품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된 600여점의 유물 가운데 진품이 아닌 것은 장소 이동이 불가능한 중원고구려비, 단양적성비, 용두사지철당간의 일부 등 기념물에 해당하는 3종 뿐이다. 비석의 재질은 강화플라스틱(FRP)이다. 이 유물 앞에는 복제품임이 명시돼 있으니 굳이 두드려볼 필요는 없다.

이들 유물은 상식적으로도 박물관으로 옮겨오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 용두사지철당간의 조성에 대한 기록이 주조된 철통은 2008년 타계한 금속활자장 오국진씨가 만들어 기증한 것이다.

전시진열장 속에 있는 전시품 가운데 진품이 아닌 것은 충북의 선사문화를 소개하는 제1전시실에 있는 고인류의 머리뼈가 유일하다. 국립청주박물관 박준호 학예연구사는 “고인류의 머리뼈는 희귀한데다 인류의 유골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조품을 전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Q. 가장 비싼 유물의 가격은 얼마일까?
A. 값 매기진 않지만 보험금으로 판단 가능

▲ 계유명, 보험금 30억원
KBS의 장수프로그램인 ‘퀴즈쇼 진품명품’의 영향 탓인지 문화재에 대한 궁금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가격이 얼마나 나가냐’는 것이다. 국립청주박물관 김성명 관장은 “박물관에서는 유물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지 않는다. 다만 유물을 대여할 때 파손이나 도난 등에 대비해 드는 보험금이 비싼 게 고가의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청주박물관 소장 유물 가운데 외출 중인 대표 유물은 지난해 12월16일~ 올 3월1일까지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통일신라조각전’에 대여 중인 국보 제106호 ‘계유명전씨아미타불삼존석상’이다.

청주박물관의 유일한 국보인 계유명의 보험금은 30억원이다. 문화재에 대한 보험료율은 보험금의 1000분의 3이기 때문에 보험사에 지급한 보험료는 900만원이다.

김 관장은 “문화재 보험도 자동차 보험과 마찬가지다. 사고가 없으면 보험료가 낮아지듯이 전문업체가 운송을 하는지 누가 관리를 하는지에 따라 보험료가 떨어지기도 한다. 손해보험사의 상품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약관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을 한다. 손보사들은 만약 있을 사고에 대비해 외국계 대형보험사에 재보험을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의 운반은 솜 포대기 등으로 안전하게 포장을 한 뒤 온습도조절장치가 장착된 무진동차 등을 보유한 미술품전문포장운송업체에 의해 이뤄진다.

Q. 수장고에는 더 많은 보물이 있을까?
A. 5% 전시유물이 대표선수, 나머진 보관 중

▲ 유물의 95%는 수장고에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지만 알고 보니 전시실에 나와 있는 유물은 청주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4.4%에 불과하다. 청주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총 1만3386점이고, 이 가운데 전시 중인 유물은 589점이다. 1만2499점은 격납돼 있고, 298점은 이관했거나 대여 중이다.

물론 전시 중인 유물이 박물관의 대표선수 격이라 할 수 있다. 청주박물관의 지정문화재는 앞서 언급한 국보 계유명석상 외에도 보물 제367호인 기축명아미타여래제불보살석상, 보물 제368호 미륵보살반가석상, 보물 제1167호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 보물 제1380호 신경행 청난공신교서 및 관련문적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지방유형문화재 제134호 청주 운천동 신라사적비 등 모두 6점이 있다.

김성명 관장은 “박물관이라고 하면 겉으로 보이는 전시기능만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우아한 백조가 헤엄을 치기 위해 물밑에서 쉴 새 없이 다리를 놀리듯이 박물관에는 이 못지않은 다양한 역할과 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유물을 공개하기에 앞서 수집하고 보존·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더 많이 쓰고 공을 들이는 부분”이라며 “여기에다 조사·연구하고 교육하는 기능을 더할 때 박물관의 기능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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