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율지리(지곡마을)에 사는 김성해씨(70)는 요즘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이달 17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정형편 때문에 2학년까지 마치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이 칠순의 노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62년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김씨는 이날 후배들과 함께 77회 칠성초등학교 졸업식장에 서게 된다.

더구나 김씨의 명예졸업장은 이 학교가 수여하는 최초의 졸업증서이다.

김씨는 1947년 칠성초에 입학했지만 가난한 농가의 6남매 맏이로 태어난 김씨는 조부모, 부모와 함께 살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하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3㎞ 떨어진 학교까지 등.하굣길에까지 지게를 지고 다녀야 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남의 집에서 15년간 머슴살이를 하는가 하면 군에 입대해서는 지뢰 폭발사고로 왼손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되고 왼쪽 눈을 잃어 국가유공자(5급)가 되는 신체적 아픔도 겪었다.

김씨는 이 같은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장남 영주씨(35)는 서울세관에, 차남 영삼씨(33)는 단양군청에 근무하는 등 2남2녀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늘 모교에 대한 그리움이 서려 있었다.

졸업을 하지 못해 2년 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의 동창 모임에도, 동문체육대회에도 발길을 뗄 수 없었다.

김씨의 이 같은 오랜 가슴앓이는 칠성초 졸업생(33회)이자 이 학교 교장인 김태국 교장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휴학.제적된 경우가 많은 것을 알고 이를 수소문하던 중 김병준 동문회장(지곡마을 이장)의 소개로, 입학한 지 62년만에 20명의 후배 졸업생과 함께 모교 졸업식장에 서게 됐다.

김씨의 동창생 10여명은 10일 모임을 갖고 졸업식장에서 김씨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 다음달 31일로 개교 80주년을 맞는 칠성초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17일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