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사 연 6230억 역외유출 지역경제 피폐
단양, 공동물류센터 건립 동네슈퍼 경쟁력 높여

골목 상권으로 대표되는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는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의 진출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대형할인매장의 확대는 지역 서민경제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 유통점과 재래시장의 매출 감소와 몰락을 동반하고 있고, 수도권 소재 본사로 이윤이 집중되는 대형마트의 특성으로 인해 지역경제 자체의 몰락과 지역구매력의 역외유출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지역경제의 근간이 되는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대형마트에 의해 지역경제가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분명한 가이드라인과 소비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과 입점 허가제가 신고제로 전화된 이후 급증한 대형마트는 충북에만 9곳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말 기준으로 도내에 입점한 대형마트의 연매출은 6230억원에 달한다.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재래시장의 해마다 7%대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출점 전후 재래시장 매출은 일평균 14.9%가 감소하고 이용고객은 22.5명에서 20.3명으로 9.6%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시장 잠식은 일자리와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1곳에서 500명 가까운 고용 창출이 새롭게 일어난다는 대형마트의 주장과는 달리 이들 대부분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며 대형마트로 인해 문 닫는 동네슈퍼 자영업자 수를 감안하면 고용이 창출되는 인원보다 더 많은 수의 자영업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급격히 몰락하고 있는 동네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입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출점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대형유통사들의 대형슈퍼마켓 진출을 막기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형슈퍼마켓 개설시 대형마트와 같은 수준의 등록제를 적용하고 의무적 개점 영향평가를 통해 출점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유통사가 운영하는 대형슈퍼마켓에만 출점을 규제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물론, 인구 15만명 또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및 도시계획조례에 의한 제한, 대형점포 출점 시 재래시장과 중소상인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 출점 반경 5km이내 중소 점포와 협력 및 유통영향평가 의무화, 출점 설명회와 공청회 등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절실하다. 기왕에 영업을 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구매율을 높이고 기업이익의 지역사회 환원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지자체는 지역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공동물류센터다. 원종오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동네까지 들어온 대형유통사들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공동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현재 도내에서는 충주와 단양에 공동물류센터가 설립돼 있고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3월 문을 연 단양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는 단양지역 70여개 동네슈퍼 가운데 50여곳이 참여해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공동구매를 통해 개별구매를 할 때보다 20%이상 저렴한 가격에 공산품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양군은 국비와 지방비, 자비 등 19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5년 단양읍 상진리에 3553제곱미터 규모(지하1층 지상2층)의 물류센터를 건립했다.

하지만 청주의 경우 슈퍼마켓협동조합이 활성화되지 못해 총사업비의 30%에 이르는 자기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원종오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재래시장의 경우 정부보조금 사업을 진행할 경우 총사업비의 10%만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동네슈퍼에도 재래시장과 동등한 조건이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물류센터가 세워지더라도 단순히 공동구매의 역할에 국한돼서는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대형유통사와 동등한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 송 처장은 “단순한 물류기능이 아닌 서비스교육과 공동마케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지역경제' 상생 방안 마련

타지역에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대형마트들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삼성홈플러스와 지역 중소기업 생산제품 구매액 16.8% 늘리기, 매년 10%이상 지역 고용 늘리기, 시설폐기물 관리 지역업체 위탁, 정기적 불우이웃돕기, 20억원 규모의 문화강좌 개설, 어린이집 개보수,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 등 문화행사 개최 등을 협약했다.
대전시 중구는 지역 내 대형유통사 지점장 및 실무자와 재래시장 대표, 관계공무원 등 8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공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갤러리아 백화점, 패션백화점 엔비 등 대형매장 5개소와 문창·유천·태평·용두·산성·오류시장 등 6개시장과의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상생발전 방안을 강구할 방침방침이다. 이 밖에도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유통정보 공유·홍보 이벤트 사업, 재래시장 상품권 구입 이용, 지역상품 구매와 판로개척 및 공동 물류화 추진 등을 해나가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도 삼성홈플러스와 지역인력채용, 지역농축수산물 50%이상 할당, 임대매장 지역 주민 입점, 자금 역외유출 억제, 지역용역업체 선정 등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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