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만 인도 설치, 아이들 차도로 다녀
도심 시내버스 승강장 인도좁아 서있기 곤란

▲ 금천동 동주초 인근에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장자마을 부영아파트 앞 동주초등학교. 이 학교 정문 부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높게 걸려있다. 제한속도가 30km라는 것과 당신의 현재속도는 몇 km라는 사실까지 가르쳐준다. 동주초 정문쪽의 보행환경은 좋은 편이다.

아이들의 통학로로 손색없는 넓은 인도가 이어져 있어 학생들은 차도로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 학교 맞은편에서 국립청주박물관 쪽으로 가면 금천중-산성초-주성고등학교가 있다. 이 부근 역시 전체적으로 보행환경이 좋다.

그러나 동주초에서 용암동 GS마트 쪽으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용성초는 그렇지 않다. 큰 길가 쪽은 넓은 인도가 있으나 정문 바로 앞 좌우 인도는 어찌나 좁은지 어린이 3명이 지나가면 꽉 찰 정도다.

최효승 도시·건축·에코뮤지엄연구소장(청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은 “개교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이 학교는 처음부터 인도 없이 잘못 계획되었고, 학부모들의 진정으로 학교 앞에만 이 인도가 나중에 설치된 것이다. 여기서 한 블럭 지나면 집까지 가는 길은 여느 주택가처럼 자동차들이 주인인 위험한 통학로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12시 30분. 용성초 정문 바로 앞에서는 5명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좁은 인도를 지나면 바로 차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차도에서 위험하게 장난치며 자전거를 탔다.

▲ 차도에서 위험하게 자전거 타는 아이들. 용암동 용성초 정문 앞.

사직초 후문쪽 보행환경 열악
청주시내 초등학교 부근을 둘러본 결과 학교 근처에는 대체로 인도가 있었다. 인도와 차도는 휀스로 구분돼 있었다. 과거 인도와 차도 구분도 없었던 시절보다는 좋아진 편이다. 주성초와 우암초 등은 학교담장을 허문 자리에 소공원을 만들었는데, 이 곳이 인도와 연결돼 걷기에 좋았다. 그러나 학교 정문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다시 인·차도 구분 없는 복잡한 도로와 만나게 된다. 학교 앞만 안전한 통학로를 설치해 놓았을 뿐 그 이후의 길은 안전하지 않은 통학로다.

실제 금천초는 후문쪽으로 인도가 아예 없었다. 아이들은 후문으로 나오자마자 자동차공업사와 만나게 돼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길을 건너면 식당과 크고 작은 상가들이 이어져 무척 복잡하다. 그리고 모충초는 정문쪽에 인도가 있으나 길을 건너면 인도라고 볼 수 없는 좁은 도로가 나타난다. 노란선으로 표시돼 있기는 하지만, 지그재그로 그려져 있어 통학로라고 부를 수 없었다. 역시 학교에서 한 블록 벗어나자 길 양쪽에는 자동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때문에 아이들은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다.

▲ 사직2동 사직초 육교밑 차도로 지나가는 학생들. 경사로여서 더 위험하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스쿨존은 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이며 이 구역에는 과속방지턱이나 보차도 분리용 휀스를 설치한다. 이 곳은 시속 30km 이하로 가도록 정해져 있다. 이 구역 이외 도로 중 폭 12m가 안되는 곳은 인도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흥덕구 사직2동에 있는 사직초의 보행환경은 더 위험했다. 이 학교는 약간 고지대에 있는데, 후문으로 나오면 육교와 연결된다. 어린이나 노인들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육교를 내려오면 어른 2명이 지나가기도 벅찬 인도와 만나게 돼 통학로 환경이 열악함을 알 수 있었다. 지난 7일 오전 11시. 인근 청주여중에서 나온 중학생들이 인도가 없는 육교 밑으로 걸어가 매우 위험해 보였다.

▲ 택지개발된 금천동 일대는 비교적 보행환경이 좋다. 동주초 앞.

사시사철 인도에 화분 내놓는 꽃집
통학로와 더불어 열악한 환경에 놓인 또 다른 곳은 버스 승강장. 가장 환경이 좋은 곳은 청주시청 앞 승강장이다. 시청 소공원 바로 앞에 있어 주변에는 벤치와 나무, 꽃 등이 어우러져 있고 폭 또한 넓어 버스를 기다리기에 좋다. 그러나 시내 승강장 중 몇 군데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영플라자 앞. 이 곳은 버스가 정차할 수 있는 버스베이를 만드느라 인도를 잠식한데다 인근 꽃집에서 사시사철 화분 등을 내놓아 인도폭이 무척 좁다. 시내 한복판인데다 백화점급의 롯데영플라자가 있어 통행인들이 많음에도 환경은 좋지 못하다.

또 전 청주세무서 건물 담쪽으로 있는 버스승강장도 인도가 좁아 무척 불편하다. 현수막게시·지정벽보판이 2개 나란히 있고 버스정보안내기, 휴지통, 간이의자 등으로 보행인들은 서있기조차 힘들다. 최효승 소장은 “도심지역의 버스베이에 정차하는 기사들은 거의 없다. 내리고 타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와 자전거등 때문에 더 넓어야 될 공간을 오히려 좁게 만들어 놓고, 꽃이 아름답지만 보행을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과 행정당국의 개선 노력이 함께 갈 때 우리 보행환경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용성초 정문앞의 좁은 인도. 그래서 아이들은 차도로 다니기 일쑤다.


▲ 버스베이와 꽃집에서 내놓은 꽃으로 복잡한 롯데영플라자 앞 버스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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