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단속카메라만 570대, 범인 대부분 꼬리 밟혀
휴대전화·GPS·컴퓨터 로그기록 추적 등 그물망

일선에서 뛰는 외근 형사들은 범인의 윤곽을 그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허풍이나 너스레가 아닌 것이 최근 10여년 사이 범인의 모습이나 이동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첨단장비가 크게 늘었다.

물론 이는 지문채취나 DNA분석, 사체부검 등 과학수사 범위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통신의 발달로 수사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 휴대전화 추적과 함께 주변 곳곳에 설치된 CCTV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충북경찰이 운영하는 무인카메라가 570여대에 이른다.
‘휴대전화’ 범인 검거 일등공신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보전과 목격자 확보 등 초동수사 다음으로 진행되는 것이 휴대폰 추적이나 CCTV 확인, GPS 등 통신수사다.
외근 형사 경력 10년이 넘은 경찰관들이 가장 많이 변한 수사환경으로 한결같이 통신수사를 지목한다.

이중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휴대폰 추적. 용의자들이 압축되면 일일이 사건 당시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열람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을 경우 사용하는 것이 기지국 추적이다.

사건발생 시각 현장을 관할하는 이동통신사 기지국에 연결된 휴대폰 전체 사용자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원만 켜져 있으며 원하는 시각 통신사 기지국에 접속된 사용자 확인이 가능하다.

한 경찰관은 “한 기지국이 도심은 500여m, 농촌의 경우 1㎞ 가량 커버하는데 사건발생 시각만 확인되면 당시 인근에 있던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용의자가 압축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추적은 수사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용의자가 주장하는 사건 당시 행적의 진위를 확인하는데 확실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택시나 렌트카에 부착하는 GPS, 인터넷사이트의 로그인 기록도 범인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범죄 또한 지능화 되고 있어 최근에는 휴대폰 전원을 끄거나 한 술 더 떠 알리바이에 맞는 장소에 휴대폰을 둔 채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확실한 범인의 얼굴 CCTV

CCTV는 발뺌 할 수 없는 중요한 증거로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범인이 휴대폰을 끄거나 다른 곳에 놓아두더라도 CCTV에 찍힌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충북경찰이 운영하는 방범용 CCTV는 197대. 이는 24시간 녹화되는 것으로 주로 시군경계의 도로에 설치돼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당 3000만원의 설치비와 운영비용을 자치단체에서 부담하고 있어 예산문제로 추가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충북지역 방범용 CCTV는 충남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고 올 해 80여대를 추가할 예정이지만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주차단속 카메라도 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청주시내에만 127대가 설치돼 있으며 오전 7시부터 12시간 운영되는 만큼 낮 시간 강절도 용의자 검거와 수배자 행적 추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교통상황을 점검하는 CCTV도 수사에 한몫하고 있다. 도내에 43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며 경찰 교통정보상황실에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도내 196대가 설치된 신호·과속단속 카메라도 용의자나 수배차량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될 경우 귀중한 수사자료가 된다.

무엇보다 민간이 설치한 CCTV의 범인 검거 기여도가 가장 높다. 아파트 주차장, 현관, 승강기, 영업점은 물론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카메라 까지 범인이 곳곳에 설치돼 눈을 부라리고 있는 카메라를 피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특히 은행이나 현금지급기 내 설치된 카메라는 금품을 노린 강절도범이 반드시 모습을 남기는 귀중한 수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카메라는 경찰이나 지자체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도내에 대략 3000대 이상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은 보조일 뿐 범인은 ‘형사’가 잡는다
뛰는 경찰에 나는 범죄, 몸을 던져야 하는 수사 현장

▲ 나재형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나재형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경정)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휴대폰이나 CCTV가 없다면 범인을 잡을수 있겠냐’는 것이다.

범인검거가 늦어지면 여지없이 비아냥 섞여 돌아오는 말이지만 일선현장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 대장으로서는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나 대장이 경찰에 입문한 지 벌써 30여년. 이중 외근 형사로만 20년을 보냈다.
이 베테랑 형사도 통신수사의 장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용의자를 압축하고 동선을 파악하는데 휴대전화나 CCTV가 유용하며 이를 수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이동통신사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게 기본이 될 정도니 반드시 필요한 수사기법임에 틀림없다.”

목격자나 피해자의 진술, 용의자의 자백도 100%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통신수사로 얻은 증거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수사의 보조 수단일 뿐 용의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것은 형사의 몫이라는 게 나 대장의 말이다.

“용의자가 은신한 장소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인질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상황을 판단하고 정보통신을 활용하는 것 모두 경찰관이 하는 일이다. 수사가 과학이나 기술에 묻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용의자 주변을 탐문하고 몇날 밤이든 잠복을 계속해야 하는 형사들의 고충이 덜어졌을 뿐 결국 해야 할 일은 마찬가지라는 것.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게 불과 10여년전이다. 그 전에는 사건현장을 보전하고 가족관계나 채권채무 등 기본사항 점검이나 일반전화 내역을 열람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시내전화는 내역 조회가 불가능했으니 크게 도움도 되지 않았다. 발품을 팔아야 범인과의 싸움에서 이길수 있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의 우직한 고집이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서도 중심을 굳게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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