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맛에 새우젓은 필수, 매운 양념은 선택

속 풀 일이 많은 연말연시에 온 몸이 원하는 음식이 해장국이다. 증상에 따라 구미에 당기는 해장국도 가지가진데, 입맛도 없고 속까지 울렁거리는 중증에는 기름기 있는 뼈다귀나 선지해장국은 적절하지 않다. 간사한 혀가 원할지라도 속에서 받쳐주지 않기 때문.

▲ 전주식 콩나물해장국
이때 제격이 콩나물해장국이다. 웬만한 해장국집에서는 해장국 3종(뼈다귀·선지·콩나물)을 다 취급하지만 콩나물해장국을 제대로 맛보려면 콩나물해장국만 고집하는 곳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청주대교 옆 해장국 골목에 있는 ‘전주콩나물해장국’이 바로 그 집이다.

이 집의 메뉴는 콩나물해장국과 북어해장국,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전부인데, 콩나물해장국에도 북어가 들어가고 북어해장국에도 콩나물이 들어가니 큰 차이는 없다. 어느 재료가 우세한가하는 미묘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 새우젓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진저리처질 정도로 시원한 국물 맛의 비결은 듬뿍 들어간 콩나물과 북어, 익히지 않은 계란 노른자에서 나온다. 여기에 종지에 새우젓과 매운 양념이 나오는데, 새우젓은 필수, 매운 양념은 선택이다.

‘매운 양념을 넣는 것이 나으냐?’ 물어보니 “취향대로 하라”는 다소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속이 견딜만하면 맵게 만들어 입맛을 살리고 그마저 힘들면 국물만 떠먹어도 그 시원함에 눈물이 난다.

▲ 서문동 해장국 골목에 있다
반찬은 해장국에 필수인 잘 익은 깍두기와 봄동 겉절이, 열무김치 등 김치 3종. 짙푸른 초록의 봄동은 입안에서 봄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손맛이 느껴지는 할머니는 두 분이 음식을 만들며 서빙을 하고 바삐 움직이는데 누가 주인이고 종업원인지, 정말 전주가 고향인지, 개업한지 얼마나 됐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30년 전 식당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짐작컨대 오래된 곳이 분명하고 고향은 전주든 아니든 국물 맛이 제대로이니 그만이다. 주의사항은 점심시간을 피해가라는 것. 섣불리 찾아갔다가는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  

이 동네 해장국 값이 공히 올랐다. 전주해장국의 모든 메뉴는 6000원.

(전화: 25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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