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의 한 신부님이 밤이면 군고구마를 길거리에서 판매한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저는 보도팀 기자에게 이 신부님에 대한 취재를 지시했지만 기사화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군고구마를 파는 신부님이 뉴스에 자신의 모습이 나가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며 완강히 취재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신부님이 군고구마의 수익금으로 좋은 일을 하는 상황에서 취재를 강행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도내 민간단체장 A씨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를 앞두고 500만원을 내놨다며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화할 것을 요청한 일도 있었습니다. A씨가 자신이 500만원을 내놨다고 각 언론사에 전화를 걸었던 배경은 누가 봐도 뻔했지만 순수한 마음이라고 여기는 기자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할 때 곤란한 일 중 하나가 취재 대상이 기사화화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은 간담회에서 민감한 얘기를 꺼냈다가 곧바로 기사로 쓰지 말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는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은 물론 타 언론사의 동료 기자들에게 욕먹을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저도 노화욱 전 정무부지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를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청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오찬 간담회에서 노화욱 전 부지사의 발언은 하이닉스 사내 하청노조에 대해 충북도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오찬 간담회 이전부터 하이닉스 사내 하청노조에 대해 1년 이상 계속 기사를 썼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상황에서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하이닉스 사내 하청노조 사태가 해결될 때는 경쟁사인 통신사에서 저보다 먼저 기사를 송고하면서 저만 ‘닭 쫓던 개’가 됐습니다.

그러나 하이닉스 사내 하청노조 사태가 해결됐다는 기사에 대해 결코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3년전 설을 앞두고 도로변에서 농성을 계속하던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하이닉스 사내 하청노조의 기사를 계속 썼기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이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옵니다. 올해 설에도 임금 체불 또는 해고로 농성을 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들이 임금 체불 또는 해고 근로자들에 대해 아낌없는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합니다. /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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