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승 청주대 명예교수, 청주시내 ‘도시재생’에 팔걷어
“자동차 중심 생각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자” 주장

▲ 최효승 교수.
청주시가 걷고 싶은 도시가 될 전망이다. 미국유학과 청주대 교수를 놓고 고민하다 청주 가로수길에 반해 청주사람이 된 최효승 청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요즘 일을 벌였다. 그는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뒤 청주시 상당구 수동성당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연구소를 냈다. 지난해 10월 7일 개소한 연구소의 이름은 ‘최효승 도시·건축·에코뮤지엄 연구소’.

그가 최근 집착하는 테마는 ‘도시재생’이다. 최 교수가 이 곳에 공부방을 낸 까닭은 ‘주민참여에 의한 도시재생’ 첫 번째 대상지로 수동성당길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방식이 서울의 뉴타운 재개발방식보다 더 바람직한 도시가꾸기라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를 말로만 외치지 않는다. 주민/시민들과 함께 걷고 싶은 거리를 실제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활기 넘치고 살맛나는 도시가 어떤 것인지 시민들이 느끼고, 이것이 확산돼야 도심육교 철거와 지하도 위 횡단보도 부활같은 일이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최 교수가 그간 집착해 온,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도시만들기와 연장선상에 있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
‘걷고 싶은 도시’에 천착해 온 그는 “걷고 싶은 길이 많으면 걷고 싶은 도시가 되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 도시발전은 도로 확장과 고층빌딩 건립에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을 위해 만든 자동차가 지금은 주인이 됐다. 자동차의 통행과 주차를 위해 인도를 빼앗긴 상황은 청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로변을 제외한 상가와 주택가 이면도로의 모습이다. 차 타고 다니면 우리주변 도로는 사통팔달이지만, 걸어다니면 정말 고달프다. 다시 걸을 수 있는 청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 대목에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1964년 올림픽경기를 끝내고 일본은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해 차고가 있어야만 차를 등록할 수 있는 법을 정착시켰다. 차고가 없으면 유료주차장 1년 사용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도시 뿐만 아니고 농촌의 경차도 차고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우리보다 도로상황이 열악하지만 상가나 주택가 이면도로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자동차에 점령당한 수동성당길. 최효승 교수는 가장 먼저 이 도로를 걷고 싶은 길로 만들 계획이다. / 사진=육성준 기자
반면 우리나라는 88 서울올림픽 후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려다 실패했다. 작은 트럭 한 대로 생활하는 서민들에게 차고지 부담까지 주면 되겠느냐는 주류 언론들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영업용 차는 차고지가 없으면 안 되지만 자가용은 차고지 마련을 안해도 되다보니 차고가 있는 사람조차 이를 가게나 창고로 임대하고 길에 주차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주택가 도로는 예전의 동네 마당 기능을 자동차에 다 뺏겼다. 학생들의 통학로이자 동네사람들이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곳, 아이들이 공놀이도 할 수 있던 생활도로 기능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분네르프(생활의마당)’, 독일은 ‘보행우선의 보차혼재구간’이라는 생활도로가 있다. 이 구간에서 차는 걷는 사람 속도 이하로 다녀야 한다. 또 일본은 이 개념을 받아들여 주택가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수동성당길을 비롯한 청주시내 상가와 주택가도로가 예외없이 주차장이 된 사연은 최 교수 설명으로 쉽게 이해가 된다. 걷고 싶은 길은 사실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실현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한계상황에서도 인간적이며 문화가 살아있는 수동성당길 만들기에 대단한 의지를 보였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
‘걷고 싶은 도시’에 천착해 온 그는 “걷고 싶은 길이 많으면 걷고 싶은 도시가 되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 도시발전은 도로 확장과 고층빌딩 건립에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을 위해 만든 자동차가 지금은 주인이 됐다. 자동차의 통행과 주차를 위해 인도를 빼앗긴 상황은 청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로변을 제외한 상가와 주택가 이면도로의 모습이다. 차 타고 다니면 우리주변 도로는 사통팔달이지만, 걸어다니면 정말 고달프다. 다시 걸을 수 있는 청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 대목에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1964년 올림픽경기를 끝내고 일본은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해 차고가 있어야만 차를 등록할 수 있는 법을 정착시켰다. 차고가 없으면 유료주차장 1년 사용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도시 뿐만 아니고 농촌의 경차도 차고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우리보다 도로상황이 열악하지만 상가나 주택가 이면도로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88 서울올림픽 후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려다 실패했다. 작은 트럭 한 대로 생활하는 서민들에게 차고지 부담까지 주면 되겠느냐는 주류 언론들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영업용 차는 차고지가 없으면 안 되지만 자가용은 차고지 마련을 안해도 되다보니 차고가 있는 사람조차 이를 가게나 창고로 임대하고 길에 주차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주택가 도로는 예전의 동네 마당 기능을 자동차에 다 뺏겼다. 학생들의 통학로이자 동네사람들이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곳, 아이들이 공놀이도 할 수 있던 생활도로 기능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분네르프(생활의마당)’, 독일은 ‘보행우선의 보차혼재구간’이라는 생활도로가 있다. 이 구간에서 차는 걷는 사람 속도 이하로 다녀야 한다. 또 일본은 이 개념을 받아들여 주택가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수동성당길을 비롯한 청주시내 상가와 주택가도로가 예외없이 주차장이 된 사연은 최 교수 설명으로 쉽게 이해가 된다. 걷고 싶은 길은 사실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실현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한계상황에서도 인간적이며 문화가 살아있는 수동성당길 만들기에 대단한 의지를 보였다.

운동의 기본 모토는 주민/시민 참여
최 교수는 수동성당길의 가치를 특히 눈여겨본 사람이다. “지금은 이 길이 갖고 있는 가치의 1/30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길은 도시 중심부에 있으면서 시커먼 오수지만 복개된 도로밑에 물이 흐르고, 수동성당과 바오로서점과 한국은행이 있다. 이 거리 양 끝엔 상당공원과 우암초등학교가 있으며 현재 공공도서관이 신축 중에 있어 특색있는 보행자 중심의 길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점들과 함께 소영칼국수·송원칼국수·메밀꽃막국수 등 유명한 국수집이 여러 개 있다. 여기에 베트남국수·타이국수 등과 다양한 라면집, 자장면집 등이 모이면 요즈음 인기 TV 프로인 ‘누들로드’에 심취한 사람들이 즐겨찾는 세계적인 국수거리가 될 수 있다. 주민들과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모아가면 이 곳을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복개된 도로밑의 물을 오수와 우수로 분리, 우수를 모은 깨끗한 물로 실개천 길을 만들고, 이 거리에 있는 디자인 사무실을 특성화할 계획을 밝혔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연구소가 들어있는 보육사 건물을 푸른 청주의 상징으로 랜드마크화 한다는 것이다. 이 회색건물을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담쟁이로 뒤덮어 녹색건물로 탈바꿈 시킨다는 것. 듣기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그래서 최 교수는 연구소 개소 기념으로 올해 8월 개최 예정인 국제건축디자인워크샵 주제를 ‘수동성당길과 주변 건축물의 재생’으로 잡았다. 20년된 이 건물이 최 교수 덕에 호사를 누리게 됐다.

최 교수가 강조하는 중요한 지론은 주민참여운동이다. 그는 충북대 도시공학과 황희연 교수와 공동으로 ‘주민참여도시만들기지원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수동성당길 도시재생도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속에서 만들어낸다는 게 최 교수의 굳은 신념이다. 지난 71년 청주대 건축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8년동안 용두사지철당간보전시민운동, 보행환경개선과 자전거타기 좋은 도시 청주만들기, 에코뮤지엄 도시·농촌만들기운동 등을 계속해 왔다. 이는 모두 주민들과 함께 해 온 운동이었고 나름대로 좋은 결실을 맺었다. 교수이면서도 연구실에 머물러 있지 않고 ‘실천하는 학자’로 유명한 그는 이제 상아탑에서 도시 한가운데로 내려왔다.

본지는 다음 호부터 ‘최효승 도시·건축 에코뮤지엄 연구소’와 공동으로 청주시내 보행환경개선과 자전거도시만들기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맑고 푸른 청주(Clean & Green City Cheongju)를 위한 진단과 처방을 기사화할 계획이다. 그래서 걷고 싶은 청주만들기에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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