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문서에 명시하기도, 법원 불허판결 사례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하위직 인사적체 해소 등을 위해 시행 중인 '조건부 승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15일 충북 제천시에 따르면 시는 14일 단행된 서기관과 사무관 인사에서 6급 주사 A씨를 조건부로 승진시켰다. 사무관으로 승진하면 2년 뒤 퇴직하겠다는 '조건'이다.

시는 지난해에도 6급 주사 2명을 이 같은 조건으로 승진시키면서 인사발표 문서에 '조건부'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를 적시하지 않았다.

"곧 그만 둘 사람을 읍면동장으로 보냈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이를 표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 조건부 승진을 인사관련 업무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신분보장과 정년을 못 박고 있는 지방공무원법에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법으로 정해진 정년을 단축하는 인사권자과 공무원의 '계약'은 실정법 위반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조건부 승진을 수용할 당시에는 후배들을 위한 인사적체 해소에 공감하지만 막상 퇴직을 약속한 시기가 되면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속을 어기더라도 인사권자는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시가 지난해 인사에서 조건부를 명시해 대내외에 이를 알린 것은 이 같은 '잡음'을 예방하자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옥천군의 퇴직 공무원 B씨는 군수가 퇴임을 종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역시 2007년, 1년6개월을 조건으로 사무관 승진을 했다. 그러나 B씨는 "퇴직 약속을 지키지 않자 군수가 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군수는 "그런 일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사권자라고 해도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에게 퇴직을 종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승진이 널리 활용(?)되면서 이를 법제화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 40여개 지자체가 조건부 승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약속된 시기에 퇴직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무원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서는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건부 승진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충주시 관계자는 "정년 전에 퇴직하는 시기를 정한다면 의욕상실 등 부작용이 더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단양군 관계자도 "인사권자가 승진 대상자 사이에 묵시적인 합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문서화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고법은 2005년 4월 "공무원이 사직을 전제로 승진했다가 나중에 의사를 철회하는 것은 인사권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신뢰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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