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지난해 교육계에서 빼놓을 수 인물이 괴산 장연중의 열혈 학부모들이다. 어찌 보면 극성맞아 보이기도 하는 이들의 단결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들은 지난해 10월, 여교사 성희롱 혐의가 인정된 교장의 장연중 부임을 놓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교생 19명 가운데 1명만이 등교하고 18명은 등교거부를 일주일 동안 단행했다.

이 시간을 야외체험학습과 공동수업으로 채우는 등 ‘배짱’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성희롱 판결을 받은 교장의 전격 교체를 요구하며 3일째 등교거부에 나섰던 10월 13일에는 괴산 장연중 학생·학부모 30여명이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면담을 거부하는 이기용 교육감에게 야유를 보내고, 그야말로 도교육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장연중 학부모들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를 들고 나섰다. 시골 학교의 권리 찾기를 위해 학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장연중 성희롱 교장(직위해제)의 사퇴를 요구하며 학부모들이 몸싸움까지 벌인 것은 과하다는 비난도 있었다.

또 통폐합 문제를 두고는 “작은 학교를 없애고 차라리 큰 곳으로 가서 배우라”는 조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장연중 학부모들한테는 자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싸움은 절박하고, 학부모들에겐 끈끈한 연대감이 형성된다.

지난 1월 9일에는 급기야 괴산지역학부모회를 창립해 집행부를 탄탄히 꾸리고 권리 찾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회장직을 맡은 박찬교 학부모는 “교육마저도 경쟁의 논리로 따지는 시대, 뒤떨어진 교육환경 속에서 희망 없는 황량한 교육벌판에 내몰린 느낌이에요.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가 부활되면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설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내신만 적용하던 고등학교 입시에 연합고사 성적이 함께 반영된다면 농촌 아이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교육비를 쓸 곳도 없거니와 경제 형편상 쓸 수도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이들의 싸움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성희롱 교장의 직위해제를 이끌어냈고, 또 지난해 시민단체 운동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히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게다가 지난해 한겨레 신문사로부터 장연중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오늘의 희망상’을 받는 등 스타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연대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우려되는 점은 이들의 권리 찾기가 자칫 이기주의 비쳐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권리 찾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려면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괴산학부모회가 보내온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이들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자녀들의 학습인권 및 복지향상을 위해 지역사회 연대 사업 및 학부모 문화 활동, 지역출신 자녀에 대한 장학지원, 학부모 생산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및 도농 교류 활성화 등이다.

도시와 농촌, 도교육청과 농촌간의 끊어진 인식의 차이를 괴산 학부모들이 이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 아닐까. 또한 충북에서 지난해 10월 창립한 충북교육시민포럼을 제외한 유일한 학부모단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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