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에만 3곳 출혈 경쟁, 의사 구인난도 숙제

인구 9만 명의 음성군 관내에 중형병원인 현대굿모닝병원이 개원하면서 기존의 중앙성심병원과 금왕삼성병원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물론 제일 어려운 것은 현대굿모닝병원이다. 의료시설이 많아서 좋은 주민들과 달리 너무 많아서 고사 위기에 놓인 중형병원들은 적자생존의 법칙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고 이들 병원끼리의 경쟁에서 오래 버텨야 살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규모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 다소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던 음성읍에 소재한 6층 연면적 6600㎡의 음성프라자 건물을 리모델링해 음성군 최초의 노인전문병원이자 도내 최대 노인전문병원을 개원했다.

▲ 음성지역 3곳의 종합병원이 출혈 경쟁과 함께 의사 구인난까지 겹쳐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금왕삼성병원, 중앙성심병원, 현대굿모닝병원.
현대굿모닝병원은 치매, 중풍 등 중증노인성 질환자를 위한 300병상을 보유한 노인전문병원으로 내과, 재활의학과, 신경정신과, 피부비뇨과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신의료장비를 갖춘 호텔식 노인전문병원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현대굿모닝병원의 개원으로 음성군 관내 중형병원이 세 곳으로 늘었다. 북부지역(금왕.맹동.생극.대소.감곡) 주민을 아우르는 중형병원이 금왕삼성병원이었다면, 남부지역(음성.소이.원남)은 중앙성심병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굿모닝병원이 개원되면서 이 균형은 깨지게 됐다. 북부지역은 음성군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남부지역은 30%에 불과한데, 이곳에 중형병원이 두 곳이나 되어 과포화 현상을 빚어 고사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정주환경의 첫째가 교육이라면 둘째는 의료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음성군 전체 인구 9만 명 가운데 3만 명이 살고 있는 소이.원남면과 공동생활권인 음성읍에 중형병원이 많을수록 분명 지역주민의 정주환경 개선에는 보탬이 된다.

하지만 이들 현대굿모닝병원과 중앙성심병원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인근 지역과 비교해 봐도 중형병원이 많은 편에 속한다. 크게 늘지 않는 인구 탓인지 아니면 인구에 비해 많은 의료시설이 들어와 있어서 인지 이들 병원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이익 내고도 직원급여 못 줘
현대굿모닝병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에게 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으나, 최근 2개월치 급여를 지급해 두 달치 급여는 해결했다. 이 병원의 실질적 영업실적은 흑자를 내고 있다. 흑자 경영을 하고 있음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건물 규모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 매각을 알아보던 중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지게 됐다. 이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 때문에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직원들의 급여가 밀리게 된 것이다.

현대굿모닝병원의 정근희 이사장은 생극면에 소재한 현대정신병원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이 병원의 직원들에게도 3개월치 급여를 못 주고 있다고 한다. 의료보건법이 개정돼 입원환자들이 반토막이 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금 압박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은 분명 어려운 경영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굿모닝병원측은 “부채에 대한 금융이자비용을 포함해 4억 원 정도가 매월 유지비”이라며, “300병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230병상을 채우고 있고, 월 매출 5억원을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개원한지 4개월 후부터 흑자 전환하여 3~4천만원의 흑자를 냈으며, 차츰 매출을 신장시켜 지난달에는 5억 원대에 들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병원측은 “다음 달부터는 6억원대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리모델링 공사비와 의료장비 구입으로 생긴 부채의 이자비용 때문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측은 음성군에 ‘병원 기부채납’을 고려중이다.

현대굿모닝병원 음성군에 기부채납?
실제로 정근희 이사장은 박수광 군수를 만나 “음성군이 흑자를 내고 있는 현대굿모닝병원을 기부채납할테니, 이 병원을 다시 위탁해 운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 군수는 이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십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운영한다는 것이 부담일 뿐 아니라 경쟁 병원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없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은 현대굿모닝병원만이 겪는 고통은 아니다. 중앙성심병원과 금왕삼성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성심병원은 투석환자와 진폐환자 유치로 근근이 유지해 나가고 있고, 금왕삼성병원은 정형외과와 내과 진료에 있어서 경쟁 병원에 비해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우수한 의료진 구성과 최신 의료장비 구입에 많은 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많다.

금왕삼성병원 유장수 원장은 “인공관절, 허리수술, 뇌수술도 할 수 있는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갖췄으나, 시골에 있는 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1차 진료만하고 서울로 가는 환자가 80%에 달한다”며, “나머지 20%만이 수술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군단위 의사는 급여 더 줘야 온다
음성군과 같은 군단위 중형병원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의사의 급여이다. 지방의 중형병원의 의사들은 특히, 음성군과 같은 군단위 지역의 의사들에게는 서울이나 청주 같은 중소도시지역보다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정주환경이 미흡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 근무를 한다.

중소도시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병원은 우수한 의료진과 최신 의료장비에 투자한 것에 대해 환자 유치를 늘려야 하지만 시골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2차 진료를 중소도시 병원이나 서울의 병원에 빼앗기고 있다. 이것이 병원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의사 급여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중보건의에 의존한다. 중앙성심병원의 경우는 공중보건의 3명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나마 형편이 좀 낫다. 이에 현대굿모닝병원도 공중보건의를 음성보건소에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더욱이 인구 9만명의 군단위 지역에서 중형병원 세 곳이 경쟁을 벌여야 되는 상황이라 더욱 경영에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터라 이들 중형병원들도 각자의 특성화된 생존전략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어 각자 살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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