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주지방법원 앞에서는 전국각지와 지역의 여러 장애인 관련 단체, 여성단체, 시민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말이 기자회견이지 법원과 담당판사를 규탄하는 자리였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홉 살짜리 어린애를 친할아버지와 숙·백부 4명이 무려 7년동안 지속적으로 성폭행, 성추행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데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한 것입니다.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하여 피해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1월 20일 이 사건 판결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소녀를 성적 욕구 해소 수단으로 삼아 번갈아가며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것은 인륜에 반하는 범행으로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앞으로도 피고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점, 한 피고인이 자살을 기도하는 등 가족도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전국적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재판장 탄핵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한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법이야 판사께서 어련히 잘 알아서 하셨겠습니까만 평범한 시민의 상식으로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제는 열여섯살인 피해자를 다시 가해자들에게로 보내 그들의 보호를 받도록 한 처사입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양육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들에게 중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논리입니다.

여러분은 재판부의 논리가 용인되십니까. 재판부가, 아니 어느 누구라도 가장 먼저 생각할 일은 짐승보다 못한 가해자, 친족으로부터 피해자, 어린 소녀를 격리시키는 것이고 치유하는 것이고 보호하는 것이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적장애인이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양육해 주는 것으로 믿고 따랐던 소위 할아버지, 숙·백부라는 가해자들로부터 오히려 성폭행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될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죄의 경중을 따져 징역을 살리고 보상 등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처결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법률에 피해자를 다시 가해자에게 보내 보호하도록 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판결은 결국 양육을 맡은 친족의 성폭력을 눈감아준다는 것이나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옥 같은 공간으로 천인공노할 패륜적 가족집단에게 다시 돌려보낸다는 발상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고 장애인에 대한 어떠한 인지도 최소한의 관심도 없는 폭력적 발상일 뿐이라는 비난은 당연한 것입니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의 취지를 재판장이 모르겠으며, 미국의 '제시카 런스퍼드법(제시카법)'이나 종신구속이 가능한 영국이나 스위스,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국 등 외국의 법률사례를 몰랐겠습니까.

친족인 성폭력 가해자를 선처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자를 다시 가해자에게 복귀시키는 판결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 발상입니까. 법원은,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시민들의 물음에 응답해야 합니다. 아니면 재판장께서 스스로 용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재판장 탄핵 청원 서명운동이 그냥 잦아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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