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윤창규 충북의사협회장 새해소망

▲ 윤창규 충북의사협회장
해마다 되풀이 되는 잘못된 의료 환경에 대한 개선의 의지는 이제 또 다시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가 되고, 정부의 생색내기용 국민들의 의료보장에 가로 막혀 제대로 의견도 제시 못하고 답답한 가슴만 끌어안고 지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의사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소신껏 환자를 진료하고 적정한 대가를 받기를 원하는 것 뿐이다. 물론 적정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다소 모호하기도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그토록 바랐던 OECD국가 대열에 합류를 하여 국가적 자존심과 한국의 경제적인 힘을 세계에 자랑했던 것을 상기하면 답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소위 세계적인 경제부국 20여개의 나라 중에 과연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몇 위에 해당할까?  단연 꼴찌거나 꼴찌에 가깝다고 나는 단언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하드라도 세계 10위 이내에 드는 의료수준 이라고 본다.

의료수가는 대략 미국의 15분의1, 일본의 4분의 1, 대만의 3분의1 정도의 수준이다. 국민 수입의 의료보험료 부담률은 4%를 상회하는 상태인데 소위 선진국은 8∼12%정도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저렴한 수가의 의료수가로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의료수가를 정부에 거론할 때 마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진료비에서 약제비 비율이 높다고(즉 약의 과잉처방을 의미)한다. 전체 의료비 중에 기술료에 해당하는 진찰료, 검사비등이 저수가이므로 선진국과 비교해서 당연히 약제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음을 슬쩍 감추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감추고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국민들께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같은 의료수준과 의료혜택은 부득이 전 국민에게 의료 혜택을 나누어 주기 위한 고육지책, 그것도 의료인들이 고스란히 감당한 덕분에 현재 한국의 의료보험이 가능했음을 알려야 한다.

그러기에 의사들은 여러 사람의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병원이 유지되기 힘들어 숫자 채우기 위한 진료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의료수가가 인상되어야 하며 따라서 국민들이 부담할 의료보험료도 인상이 불가피함을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국민들께 보다 소상히 말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파행적 의료환경(비만, 미용등)과 어렵고 힘든 진료과목에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이 돈벌이 급급해서 비난을 받고 처벌도 받지만 그 숫자는 극히 소수의 의사들이다. 나는 단언 하건대 결코 의사들이 도덕적으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타락한 이들이 많지는 않다고 본다. 소수의 범법 의료인들은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엄히 의법 처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시 한 번 말하면 의사들은 적정한 대가를 받고 소신껏 진료를 하고 싶어 하는 소박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소망이 비록 금년 한해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앞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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