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지사, 출연기관 개혁 약속했으나 실현된 것 없어
외부전문가는 5명에 불과, 기관장 연봉 1억원대도 2명

본보는 지난 2006년 12월 충북도 출연기관 CEO들의 연봉을 조사해 낱낱이 밝혔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석상에서도 심심찮게 출연기관장들의 연봉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게 기관장들의 고액 연봉이다. 그리고 이 자리는 정년을 앞둔 국장급 공무원 혹은 자치단체장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가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고 실제 공무원 출신들이 상당부분 포진해 있다. 2년여가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충북도는 올해부터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이들 기관들이 시대에 맞는 사명을 다하고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다.


정우택 지사는 취임전 구성한 도지사직직무인수위를 통해 출연기관 인사시스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출연기관장 선발에 대한 공정한 인사기준 마련, 직무분석 실시해 업무 재배치, 전문성 갖춘 외부 전문가 개방형 임용 확대, 직원들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직무체제 구축 등이 주요 골자다. 만일 이대로만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취임 2년여를 넘긴 현재 실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원종 지사 시절,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정년을 앞둔 국장급들이 ‘싹쓸이’ 한다는 비판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는 지금도 여전하다. 출연기관장이 임기를 몇 개월 남겨놓은 시점이면 이미 도청내에는 어떤 간부가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실제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이는 이 자리가 전문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간부들의 정년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59세에 공로연수 들어가 1년하고 60세에 퇴직하는데, 58세에 명퇴하고 기관장으로 가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하면 아래 사람들도 자리를 비켜줘서 좋아한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공무원출신이 조직 안정시킨다?
이런 현실뒤에는 공무원이 기관장을 해야 자치단체와 껄끄럽지 않고 예산도 잘 따온다는 그릇된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도지사직직무인수위가 펴낸 백서를 보면 “충북개발공사는 조직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시점까지는 공무원 출신 사장이 임용되는 게 타당하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얼마전 그만 둔 김종운 초대 개발공사 사장은 도 건설교통국장 출신이었으나 임기 동안 도의회와 지역사회로부터 상당한 비판여론에 시달렸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차라리 문을 닫으라’는 말까지 들은 것을 감안하면 조직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놓았다고 볼 수는 없다.

민선 4기 들어 도 출자·출연기관장들은 모두 교체됐다. 도 공무원 출신이 기관장을 하고 있는 곳은 충북지식산업진흥원(원장 한철환)과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본부장 김진식), 충북신용보증재단(이사장 이석표), 충북학사(원장 정호성), 충주의료원(원장 홍주희) 등이다. 한철환 원장은 도의회 사무처장, 김진식 본부장과 정호성 원장은 농정국장, 이석표 이사장은 자치행정국장, 홍주희 원장은 예산담당관실 공기업계장을 지냈다. 

한철환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은 올 들어 이사회에서 연임됐다. 국비를 적극적으로 따와 수익창출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게 도 관계자의 말이다. 한 원장은 2년 임기 중 1년만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곽연창 전 청주시 부시장이 간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같은 해 6월 공로연수에 들어가게 되자 정년이 더 많이 남은 이석표 전 국장이 임명됐다. 또 기관장은 아니지만 김태우 전 괴산부군수는 지난해 충북교통연수원 사무국장으로 임명됐다.

반면 청주의료원장으로는 김영호 전 증평 세림신경외과 원장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으로는 임종성 전 동부하이텍(주) 반도체부문 최고운영책임자(60)를 선정했다. 김 원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증평군수에 출마한 경험이 있어 정 지사와 같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시비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현직 의사인데다 공모절차를 거친 사실이 인정됐다. 임 원장도 공모절차를 거쳐 지난 2007년 9월 임명됐다. 고려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주) 반도체 부문 근무 경력이 있어 전문가 영입이라는 부분에서 적절하다는 평을 받았다.

기관장 연봉 6000만원~1억원대
지난해 11월 임명된 장호수 충북문화재연구원장(53)도 문화재 전문가다. 장 원장은 연구원 개원 초기 부원장으로 있다 이종배 원장이 퇴직하면서 승진했다. “문화재 조사·연구와 시·발굴사업을 하는 기관의 특성상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으나 초기에는 공무원 출신이 행정적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여론으로 당시 부원장직을 뒀다”는 게 도 관계자의 말이다. 그런가하면 이수희 충북개발연구원장(55)은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 출신이다. 도는 이 원장을 영입하면서 원장 직급을 1급 관리관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했다.

또 최근 제2대 충북개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채천석 사장(56)은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역본부장 출신이다. 12개 출자·출연기관 중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곳은 5군데. 인재양성재단은 정 지사가 이사장으로 돼있고, 충북교통연수원장은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이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명예직으로 무보수다. 기관장은 경영인인데 굳이 전문가여야 하느냐라는 여론도 있지만, 업무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춘 전국적인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한편 기관장들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높았다.(도표 참고) 가장 높은 청주의료원장은 1억4496만원, 충북테크노파크원장 1억원, 충북개발연구원장은 9500만원, 충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9200만원, 충주의료원장 8708만원 등이다. 도표에는 백만원대까지만 표기했다. 청주의료원장은 의사출신이어서 높다는 게 관계자 말이다.

지난 2006년과 비교했을 때 연봉이 가장 큰 폭으로 인상한 사람은 충북테크노파크원장이다. 당시 7500만원대에서 1억원으로 대폭 뛰었다. 또 충북개발연구원장도 8200만원에서 9500만원대로 인상됐다. 하지만 공개된 연봉보다 실제는 더 많은 돈을 받는 기관장들이 종종 있다. 기관쪽에서 축소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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