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사건에 대한 보도태도에 미묘한 차이
기자는 객관성과 엄정한 사실 우선주의 견지해야

소위 양길승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들의 시각이 조금씩 다르게 노정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검찰 내 검사들간 ‘파워 게임’의 양상으로 성격이 일부 변질된 이후 언론사별로 보이고 있는 시각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숱한 의혹들 중 어느 부분에 더 혐의점 내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보도태도에 편차를 보이고 있는 인상이다.

특히 전두환 정권 시절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과 관련, 최초의 특종보도는 타 경쟁사에 놓쳤지만 후속 보도에서 굵직굵직한 특종들을 양산해 냈던 동아일보의 경우는 몰카 수사 못지 않게 이번 사건의 본안에 해당하는 양 전 실장 향응파문의 실체적 성격 등 핵심의혹 규명에 검찰 수사가 집중돼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 저널리즘의 중심을 지켰다는 지배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H와 Y사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동아일보의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일부의 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곁가지 부분에 해당하는 지엽적인 사안에 보다 치중, 보도의 지향점이 때때로 핵심을 비켜가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검찰에 대해서 만큼은 보도의 성역으로 남겨두었던 지역의 몇몇 언론사들이 이번 양길승 사건을 계기로 모처럼 활발하고 적극적인 보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동양일보의 경우 검찰이 K나이트 클럽의 실질적 소유주로서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아온 이원호씨에 대해 본안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이 아니라 몰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구속한 것에 대해 과감히 1면 머릿기사로 의혹을 제기, 독자들로부터 “언론의 본령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 언론사 기자는 “이번 사건은 워낙 초매머드급인데다 검찰 내부의 진실게임 양상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그동안 검찰 관련 기사를 웬만하면 다루기 꺼려한 지방언론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동기야 어찌됐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에 대해서 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몸조심하고 자가검열에 나서는 등 위축돼 왔던 지역 언론들이 본연의 사명의식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검찰과 언론계 주변에서는 “청주지검내 주류를 형성하는 세력에서는 무슨 무슨 언론사에게만 몰카 관련 수사의 진전상황을 배타적으로 전해주고 있으며, 어떤 언론사들은 검찰 내 역학관계에서 볼 때 어느 특정한 편에 보다 더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이 나돌고 있어 또 다른 측면에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의 지배적인 견해는 “그 어떠한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언론인들이 끝까지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는 건전한 상식과 엄정한 사실 우선주의”라며 “평소 사건의 이해당사자들과 사적인 교류나 교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진실과 소문 각종 억측과 의혹들이 동시에 혼재하는 상황에서는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냉철하고도 객관성을 잃지 않는 기자적 이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반응으로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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