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즐비한 도심속 한옥에서 즐기는 ‘망중한’
똑같은 음식도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1500원 짜리 김밥을 분식집에서 혼자 먹는다면 왠지 궁색하고 처량하겠지만 구슬땀이 산길을 오르다 자리를 펴고 나무등걸에 기대 먹는다면 ‘누항단표(陋巷簞瓢)’ 한줄 김밥이라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얘기다.
125평에 이르는 마당에 잔디를 깔고 등걸을 비틀며 하늘을 떠받들 듯이 자란 노송 등 소나무 5그루를 옮겨 심었다. 큰 소나무는 3000만원을 호가한다는데, 다행히 동생이 조경업을 하고 있어 염가로 옮겨 심었다.
이 집의 메뉴는 동태가 테마다. 5000원짜리 동태탕부터 작은 크기가 2만5000원, 큰 것이 3만5000원인 전골, 해물동태찜 등이 있다. 3명이 가서 2만5000원짜리 동태찜을 시켰다.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낙지와 주꾸미가 통째로 들어간 것을 비롯해 동태 살점, 동태 내장(곤이), 콩나물 등이 어느 것이 주인공이라 할 것 없이 푸짐하게 나와 4명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따라 나오는 반찬들도 정갈한 한식차림이다. 양념은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인데, 얕은맛을 내는 화학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압구정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는 일부러 낸 커다란 관람창(觀覽窓)으로 정원으로 바라보며 느끼는 눈맛이다. 정원으로 바라보라고 만든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다.
사업을 하다 여의치 않아 자택을 개조해 식당을 개업했다는 윤익한씨는 “후다닥 한 끼 식사를 때우고 가기보다는 여유롭게 즐기다 가라는 의미에서 식당 이름도 압구정으로 지었다”며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화 255-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