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즐비한 도심속 한옥에서 즐기는 ‘망중한’

똑같은 음식도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1500원 짜리 김밥을 분식집에서 혼자 먹는다면 왠지 궁색하고 처량하겠지만 구슬땀이 산길을 오르다 자리를 펴고 나무등걸에 기대 먹는다면 ‘누항단표(陋巷簞瓢)’ 한줄 김밥이라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얘기다.

▲ 낙지, 주꾸미, 동태살, 곤이 등이 풍부한 동태찜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금천동 구종점과 영운 삼일아파트 사이) 고갯길 내리막에 있는 ‘압구정’은 정원이 아름다운 한옥이다. 주인장 윤익한(52)씨 등 3대 9명이 1974년부터 살아온 정갈한 여염집이었으나 2004년부터 현재의 옥호를 내걸고 식당영업을 시작한 것.

125평에 이르는 마당에 잔디를 깔고 등걸을 비틀며 하늘을 떠받들 듯이 자란 노송 등 소나무 5그루를 옮겨 심었다. 큰 소나무는 3000만원을 호가한다는데, 다행히 동생이 조경업을 하고 있어 염가로 옮겨 심었다.

▲ 입안이 얼얼할땐 미역국으로 다스리고.
이 집의 메뉴는 동태가 테마다. 5000원짜리 동태탕부터 작은 크기가 2만5000원, 큰 것이 3만5000원인 전골, 해물동태찜 등이 있다. 3명이 가서 2만5000원짜리 동태찜을 시켰다.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낙지와 주꾸미가 통째로 들어간 것을 비롯해 동태 살점, 동태 내장(곤이), 콩나물 등이 어느 것이 주인공이라 할 것 없이 푸짐하게 나와 4명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따라 나오는 반찬들도 정갈한 한식차림이다. 양념은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인데, 얕은맛을 내는 화학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압구정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는 일부러 낸 커다란 관람창(觀覽窓)으로 정원으로 바라보며 느끼는 눈맛이다. 정원으로 바라보라고 만든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와 같다.

▲ 바삭하고 매콤한 고추부각은 소리까지 맛있다.
사업을 하다 여의치 않아 자택을 개조해 식당을 개업했다는 윤익한씨는 “후다닥 한 끼 식사를 때우고 가기보다는 여유롭게 즐기다 가라는 의미에서 식당 이름도 압구정으로 지었다”며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화 255-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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