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사회부장

 청주지검의 몰카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0일동안 온갖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K나이트클럽 이원호씨와 갈등관계인 홍모씨가 용역업체에 의뢰해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몰카 배후로 지목된 김도훈 검사의 관련 혐의점에 대해 함구한 채 전격적으로 구속했다. 현직 검사라는 신분으로 2일간 청사내에서 사실상 구금됐던 김검사는 19일 청주교도소에 수감됐다. 검찰 사상 현직 검사가 긴급체포돼 수감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청주지검은 이튿날 수사브리핑에서도 김 검사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한결같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 ‘현재 조사중이다’ 답변을 거부했다. 심지어 ‘박모여인의 공갈사건에 개입해 금품을 받았다’는 보도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요구에 대해서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언론은 또다시 ‘설’을 쫓아 취재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지역 최고 권력기관의 검사가 언론과 격리된 채 수사를 받고 경찰서 유치장도 아닌 교도소에 갇힌 현실을 보며 씁쓸한 소회를 감출 수 없었다.

동기와 과정까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김검사의 최종 목표는 지역 토착비리 의혹을 받고있던 이씨를 사법처리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인맥을 통해 수사무마 로비를 펼치며 빠져나가려는 이씨의 행태는 소장검사의 의협심에 불을 당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김검사의 과도한 목표의식은 과정에서 문제점을 낳게 됐다. 사건 피의자를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몰카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관련부분을 자발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

수사압력설을 폭로하며 몰카 수사에 매몰됐던 양 전 실장 사건의 흐름을 바꾸게 한 김검사는 자칫 ‘파렴캄검사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자신의 범죄혐의점을 모면하기 위해 선배검사를 매도한 ‘음모론’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김검사 스스로 입을 열어야 한다. 본인에 대한 몰카 용의점이 거론될 때 서둘러 자초지종을 밝혔어야 했다. 수사전담팀의 입이 아닌 자신의 입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한편 양 전 실장과 술자리를 함께 했던 권력형 해바라기 인사들이 잇따라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청와대라는 권력의 망상을 쫓은 말로였다.

하지만 권력의 불빛에 무작정 달려든 ‘부나비’는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6월 28일 양 전 실장이 K나이트클럽에서 술접대를 받는 시간에  나이트클럽 바로 뒷편에 위치한 모가요주점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역의 유명인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 전 실장을 기다린 사람들은 지역 일간지 대표 2명과 중견 기업인 3∼4명 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정이 있었던지, 만남은 불발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밤 12시가 지난 심야에 어떤 경위로 무슨 목적으로 모여 양 전 실장을 만나려 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지역 현안문제를 건의하기 위해서’라는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지역현안을 걱정해 청와대 고위층을 기다리다 결국 '헛물'을 켠 지역인사들의 노고에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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