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사회문화부장

1994년 세대주 투표와 2005년 주민투표 결과 무산됐던 청주·청원 통합이 2009년 또 다시 지역의 화두가 되고 있다. ‘두 번이나 무산됐는데 왜 자꾸 재론하느냐’는 반대론자들의 역정도 있지만 삼세번을 논하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당위성도 크다는 반증이다.

계란 노른자와 흰자처럼 환상형(環狀形) 구조를 이루고 있음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농통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력, 지방재정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주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연초부터 통합반대론자들을 쓸데없이 자극하고 싶지는 않다. 정치인들의 이해득실 챙기기에 편들고 싶은 생각도 없다. 통합시장 출마를 선언한 남상우 시장이 휴일이면 청원군 지역의 목욕탕을 돌며 ‘알몸 정치’를 하는 것도 알 바 아니고 김재욱 청원군수가 재선에 도전하는지 여부도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 청주시내 한 동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청원군과 인접한 이 동은 해마다 동네축제 때 인근 청원군지역의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를 벌이는데 일부 청원군 관계자들이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쉬쉬하면서 농산물 판매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행사마저 통합 추진의 ‘전술’로 간주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도시민들은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가 짧은 농산물을 저렴한 값에 구입한다는데 무슨 뒷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2007년 10월 통합과 주민편익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청원군 미원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각각 청주시 사직동 청주종합운동장과 청원군 내수읍에 있는 청원공설운동장을 찾아가는 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주종합운동장까지는 1번 환승에도 불구하고 버스비 2400원, 55분이 걸린 반면, 청원공설운동장까지는 한 차례 환승, 청원군민버스 탑승 등 모두 두 차례 버스를 갈아타면서 버스비 3200원, 112분이 소요됐다. 사실 그날은 운이 좋았을 뿐 내수에서 공설운동장을 가는 군민버스는 하루 13차례만 운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으면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27억원을 들여 지었고 청원군 체육회에 지원하는 인건비 외에도 잔디관리비만 연간 2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청원공설운동장이 군민체육대회와 동호회 등에 빌려주는 몇 번의 행사를 제외하고는 아예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주시 한복판에 있는 청원군청을 제외하고 청주시 외곽지역, 청원군 읍면에 흩어져 있는 청원군의 공익시설은 모두 접근성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청주시 지북동에 있는 보건소나 군민회관은 청원군 남부지역과는 가깝지만 내수, 북이, 오창, 옥산 등 북서부지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운동동에 있는 청원농업기술센터도 외지기는 마찬가지다.

통합론을 떠나 경찰행정이 통합됐듯이 보건행정 역시 통합해 청주·청원 주민이 어디든 가까운 보건소를 이용하면 어떨까? 물론 현재의 행정구조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사실 초등학생에게 있어 6학년 1반이냐, 2반이냐가 중요하지 않듯이 주민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삶의 질이다. 삼세번 째 통합논의에 있어서는 정치, 아니 정치논리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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