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가 늦었습니다. 어제 시민단체 신년하례를 겸한 동범상 시상식에서는 "복 많이 지으시라"는 덕담으로 시작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새해에는 복 많이 지으시고, 강녕하시길 축원합니다. 모두가 다 올해 한 해는 어느 때보다도 더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만큼 몸과 마음이 두루 강녕하시어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다 이겨내고 뜻하는 일이 성취되기를 축원합니다.

새해가 더 어렵다고들 하는데, 주로 경제가 어렵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줄 압니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습니다. '경제살리기'에 온통 집중돼 있었지요. 그래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이명박 대통령을 택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습니까. 경제, 살아났습니까. 경제 살리기는커녕 경제를 볼모로 삼아 민주주의의 토대마저 허물어트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20년, 30년 뒤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세월동안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도 이뤄냈지만, 쓰레기더미에서 민주주의라는 장미꽃도 피워냈습니다.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경제적 민주화를 추구해 나아가야할 시점에서 중차대한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경제에만 매달려 눈 먼 우리에게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라는 한마디로 '위기의 경제'를 진단하는 유종일 교수의 지적은 경제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버린 우리의 현실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경제만 잘되면 모든 것이 다 잘 풀려나갈 줄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복지·문화·환경·노동 등 어느 한 분야 온전한 곳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였습니다. 경제를 포함, 모든 것은 정치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보수적 정권이냐 진보적 정권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적 정권이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틀어막는 법 제정을 강행하는 정권을 21세기 대명천지에 다시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반민주적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이라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주권재민의 보편적 민주원칙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정부는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될 것이란 착각 속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들의 꿈꾸는 사회체제를 만들기 위하여 법과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려 드는 것입니다. 있을 수 없는 만행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우리는 몸으로 체험해 왔습니다. 반민주 독재정권 군사정권과 싸워서 쟁취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역사 진전은 피와 눈물로써 나아간다지만 이제 또다시 그런 혹독한 희생을 치르며 거꾸로 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이 정권이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깨닫고 바른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겪은 바로는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정권내부에서 바른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합니다. 보수세력, 뉴라이트는 다 어디 있습니까. 이들마저 하지 못한다면 이 정권과 국민의 충돌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싸움의 결말,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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