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개발위 개최, 발빠른 변신
득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보선 실패땐 총선도 실패 ‘배수진’

양길승 사태는 분명 충북 민주당에 화(禍)를 안겼다. 당 구성원들의 자질시비까지 일으키면서 도덕성에 흠집을 낸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말 치러지는 음성과 증평군수 보궐선거에 또 한가지 변수가 생겼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 한나라당은 느긋한 표정이었다. 민주당의 경우 신당 소모전으로 여론이 악화된 건 사실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근소하나마 한나라당에 앞선 정당지지도를 보임으로써 내심 큰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양길승 향응파문 이후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서를 제출하고 여론 또한 악화되자 10월 보궐선거를 크게 걱정하는 눈치다. 현재 보궐선거와 관련, 일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지적 수준에 불과하지 좀체로 분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사고지구당인 괴산 진천 음성과 제천 단양지역에 대해서도 중앙당의 신당논란과 맞물려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울 경우 이번 사태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한나라, 호사다마도 경계해야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보궐선거에 대비, 바짝 고삐를 당기고 있다. 19일 일종의 당정협의회 성격인 정책개발위원회를 개최, 지역 현안을 챙기며 분위기를 잡은데 이어 음성, 증평군수 두 자리를 모두 석권한다는 원모(遠謀)까지 숨기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이번 양길승과 몰카 파문을 지켜 보면서 유권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한나라당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히 정착시켰다”고 자부한다며 유권자의 민심 이동을 은근히 기대했다. 한나라당 도지부의 이런 발빠른 행보는 중앙당의 절박함과도 맞물린 것으로, 그동안 노대통령과 민주당의 국민 지지도가 급락하는데도 불구, 자당의 지지도 역시 계속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에 위기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민주당의 흉사로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분위기가 10월 선거에서 그대로 득표력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할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그 여파가 곧바로 내년 4월 총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숨기지 않는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10월 보궐선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으로, 조만간 후보를 가시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는 신당논란도 한나라당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만약 보궐선거 이전에 신당이 드러날 경우 선거판도엔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민주, 당조직보다는 네티즌에 의존할 판
민주당의 인물난은 당내 세대교체에 대한 오랜 염원(?)과 맞물려 종종 여론화 됐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대거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상대적 인물난을 겪는 측면도 있지만 재집권 후에도 자체적인 새인물의 부상이 없다는게 더 큰 문제다. 한 관계자는 “지금 충북 민주당은 중앙당의 사정과 다를바 없다. 분명한 목표설정과 이에 따른 돌파력이 절실한데도 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가 대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인적청산 없이는 변화가 요원하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아마 내년 총선에선 당의 공조직보다는 고스란히 네티즌이나 일반여론, 그리고 후보 스스로의 사조직에 의존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양길승 사태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후 도지부 당직 인선이 있을텐데 이때도 구태를 못벗는다면 막상 총선 때 그 후유증은 클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양길승 사태는 민주당을 총체적으로 뒤흔든 악재가 됐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환골탈태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도 되고 있다. 주변에선 홍재형 현 도지부장의 태생적 한계, 이른바 조직을 근본적으로 장악할 수 없는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 차라리 실무형의 책임자를 뽑아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내 놓는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이런 구도가 앞으로 자신의 표밭을 누벼야 하는 홍의원에게도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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