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소견 나누며 자연스러운 협진도 가능
취미생활도 함께 나누며… 사는 재미 느끼죠

<부부의사가 사는법>충북 의료계는 유달리 부부의사가 많다. 충북에 알음알음 알려진 부부의사만 22쌍. 의료인들은 의사가 되기까지의 직업적인 특수성 때문이란 얘기를 많이 한다. 의과대학의 경우 보통 학부 6년에 인턴과정 1년, 레지던트 4년 등 적어도 11년은 공부를 해야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남자는 군대 3년까지 다녀오면 14년은 족히 걸린다. 더욱이 유급제에 살인적인 공부량을 소화 하려면 연애는 꿈도 꿀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바깥세상보다 주로 병원내 생활을 하는 의료인들은 서로를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반려자를 찾기 마련. 특히 전공의, 전문의 과정을 팀워크(Team-work)로 수행해야 하는 의료인들은 연구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또는 취미생활이 같아서, 무의촌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애정을 확인하고 결혼에 골인한다.

"무의촌 봉사로 만나 마라톤으로 부부금실 잇죠"
나중환 신경외과 원장·중앙안과 이재옥 원장 부부

실제 청주 나중환(59) 신경외과 원장과 이재옥(57·여) 중앙안과 원장이 이 같은 경우다. 연세대 의과대를 졸업한 나 원장과 이화여대 의과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전통적인 대학간 미팅에서 처음 만났다. 의과대 학회장이었던 나 원장과 과대표였던 이 원장이 전통적인 학교간 미팅을 주선하면서 알게 된 것.

하지만 이때만 해도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후 무의촌 봉사활동에서의 자연스러운 재회와 국립 서울의료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이들은 사랑에 눈을 뜨게 됐다. 나 원장은 "인연이 되려 했는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계속 만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또 취미생활을 함께 한다. 골프를 즐기던 나 원장은 최근 부인이 활동중인 청주마라톤동호회(청마회)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나 원장은 청마회 발기인이나 다름없는 아내 이 원장과 함께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뛰면서 사랑을 확인한다고 한다.

나 원장은 "마라톤은 인생의 굴곡과 흡사하다. 인생의 시련이 다가오듯 달리다 보면 힘든 시기가 닥쳐오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면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춥지 않을 때는 자연을 달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집안에서 런닝머신 위를 달리며 평소에도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나중환 신경외과 원장은 벌써 20여년 째 청원군 가덕면에 있는 여성신체장애인 시설 성보나의집의 의료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의 소견 나누고 야생화 가꾸기도 함께"
홍소아과 홍순돈 원장·청주병원 김미영 정신과 의사 부부

청주 홍순돈(50) 소아청소년과 원장과 청주병원 김미영(50) 정신과 의사도 충북의 대표적인 부부의사다. 경희대 의과대를 동기동창으로 졸업한 뒤에야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는 부부. 현재 주말마다 청원군 강내면 사곡리 (샘골농원)주말농장을 찾아 야생화를 기르고 있다.

홍 원장은 "6년 동안 아내와 같은 학부에서 공부했지만 당시 공부하느라 눈코뜰새 없었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며 "정작 학교를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세련미 넘치는 도시 처녀와 시골총각의 풋풋한 사랑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홍 원장은 "기회가 되면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홍 원장이 이미 25개국을 돌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 3개월을 준비하고 여행을 한뒤 3개월간 자료 정리를 한다는 홍 원장. 앞으로 세계를 돌아본 여행담을 책으로 꾸미는 것이 소망이다.

홍 원장은 이미 지난 88년 의료원 소아과장을 지내면서 '다람쥐를 잡으면 운동화를 사야지'란 수필집을 낸 바 있다. 놀거리 먹거리가 마뜩하지 않았던 시골총각의 전원생활이 잘 표현되어 있다. 홍 원장은 현재 동경유학파로 민선 면장을 지내다 5.16쿠데타로 면직된뒤 파란만장한 삶을 산 아버지의 일대기를 집필하고 있다.

홍 원장은 "부부 의사로 사는 것이 나쁜 점 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 홍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인 아내에게 간혹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순돈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10년 동안 충북의사협회보 편집위원으로 활동 해 온 것을 비롯해 89년부터 20년 동안 충북회원으로 '크리스마스 자선음악회'와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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