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경기대회 입상자 출신들로 구성된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부 소속 회원들이 매년 농촌지역을 찾아 기능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부 회원들
‘뚝딱 뚝딱, 쓱싹 쓱싹.’
몇 번 밖에 손길이 가지 않은 것 같은데 멈추었던 경운기가 탕탕 돌아가고 텁수룩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머리가 깔끔해 졌다. 헤지고 헐렁한 옷, 작아진 옷도 금새 그럴싸하게 바뀌어 이만하면 몇 년은 더 입을 것 같다.
지난 9일 진천군 초평면사무소는 아침 일찍부터 고장 난 농기계와 가전제품 헌 옷가지 등을 들고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금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귀한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온 노인들이었다.
오전 9시. 약속한 시각 초평면사무소에 마침내 일단의 방문객이 모습을 나타냈다. 사단법인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부(회장 윤봉구·청주 GQ 양복점 대표) 소속 43명의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기계, 가전제품, 이·미용, 용접, 양장 및 양복 재단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뛰어난 기능을 가진 ‘가위 손’들이었다. 가위 손들은 이날 오후 6시까지 꼬박 현장을 지키며 노인들이 가져 나온 농기계와 가전제품 수리는 물론 이미용, 옷수선 등 무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국기능선수회는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출신들로 이뤄진 단체입니다. 회원 대부분은 각 분야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죠. 따라서 이날 봉사활동에 참가한 회원들은 거의 모두가 하루 휴업을 하고 현장에 달려 나온 분들입니다.”
윤봉구 회장은 “86년 기능동우회라는 이름의 친목단체로 결성돼 최근 사단법인 조직체로 발전한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부에서는 89년부터 농촌을 중심으로 처음엔 격년제로, 96년 이후부터는 매년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데 회원들의 참여열기가 뜨겁다”며 “작은 성의지만 회원들은 그동안 닦아온 기능을 재산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기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몇해 전 농촌 노인분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위해 괴산 덕평과 보은 산외면 등지를 찾은 회원들은 자신들이 펼친 무료봉사에 대한 대가치고는 과분할 정도로 큰 마음의 선물을 받았다. ‘먼 곳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을 잡아 주고 막걸리와 따뜻한 밥을 지어주는 훈훈한 인정에 회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선행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막걸리와 간단한 음식을 아예 장만해 가지고 봉사활동에 나섭니다. 부모님을 찾아 뵙듯 농촌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 노인들께 막걸리도 받아드리고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죠.”
과거 공업입국이 강조되던 때만 해도 기능인들은 산업역군으로 화려한 조명과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존재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사회가 변할수록 기능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존재가치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떨어져 왔다.
이 때문일까 그 자신 올해로 15년째 청주교도소 직업훈련원 봉제강사로 활동하면서 150여명의 봉제사 자격증 취득자를 배출한 윤봉구 회장은 “기능봉사활동을 통해 농촌을 돕는 것이 가장 소중한 목적이지만 부수적 효과로 기능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부는 올들어 2월부터 매달 한 번씩 충북재활원도 찾고 있다. 재활원측의 요청으로 이미용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가위 손들이 그만큼 바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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