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식당의 버섯찌개

구법원 사거리에서 서운동 천주교회 쪽으로 가는 길은 2차선 도로로 매우 좁다. 고만고만한 상가들이 죽 늘어서 있다. 역사가 오래된 길인 만큼 이 양쪽 길에는 오래된 식당들이 터를 잡고 있다.

서운동 천주교회 정문 맞은편에는 오정식당이 있다. 자연산 버섯찌개 전문식당이다. 그런데 이 곳을 빼고는 청주에서 버섯찌개를 말할 수 없다. 그 만큼 '자존심'이 있는 곳이다.


단일메뉴 버섯찌개를 주문하면 일단 상에는 도라지, 우엉, 콩자반, 북어, 깻잎, 홋나물, 말린호박, 두릅나물, 취나물, 무말랭이, 고추튀김, 산뽕잎나물, 고들빼기김치 등이 올라온다. 이렇게 '훌륭한' 밑반찬들은 모두 들기름으로 무쳐 향긋한 냄새가 나고 고향의 맛이 배어 있다.

이어 주인 오정재 씨(61)가 버섯찌개 한 냄비를 들고와 부르스타에 올려 놓는다. 여기에는 싸리와 능이 밤버섯 등이 들어 있다. 소고기와 버섯 외에 다른 첨가물은 없다. 그래서 야채가 반 이상 되는 다른 버섯찌개와는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오 씨는 솥단지째 가져와서 밥을 직접 퍼준다. 그리고 밥을 다 먹은 뒤에는 그 자리에서 만든 숭늉을 한 그릇씩 담아준다. 버섯과 나물은 오 씨의 고향인 보은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버섯은 특히 많이 나는 해 사두었다가 염장저장한 뒤 염분을 빼 요리한다고 했다.

오 씨는 "우리집에서 쓰는 농산물은 옥천 안내면에 사는 언니가 농사지은 것들이 많다. 언니가 알아서 보내 주고 김치도 담가 가져온다"며 국내산임을 자랑했다.

버섯찌개의 맛은 과연 일품이다. 오 씨는 이 국물의 비법이 보리고추장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갖가지 버섯이 들어가 있는 찌개는 여러 버섯 맛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구수했다. 또 버섯 향을 죽게 하는 양념은 일체 넣지 않아 향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은 기관장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소문이 난 식당이다. 과거 주병덕, 이원종 지사가 애용했고 현 이종배 행정부지사도 단골이다. 검찰과 법원 간부들도 자주 온다. 손님이 많은 이유는 아마 자연산 버섯이라는 믿음과 독특한 국물 맛, 그리고 주인 오 씨의 입담 때문인 것 같다.


손님들에게 밥을 퍼주며 곧잘 대화에 끼어드는 오 씨는 '사교성'이 좋아 친하게 지내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기분이 좋으면 함께 술도 한 잔 하고, 더 좋으면 노래도 한 곡조 뽑는데 보통 실력이 아니다.

그러다가 그는 술이 얼근해지면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딸 둘 키운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81년 막걸리집을 하다 96년 오정식당을 시작한 바로 그 얘기다. 어쨌든 손님들과 장단을 잘 맞추는 오 씨 덕분에 이 곳에서의 식사시간은 즐겁다.

아 참, 예약은 필수다. 예약 안 하면 도지사라도 안 된다는 게 주인의 '배짱'이다. 음식을 준비하려면 그 만 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치: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25-9번지 서운동천주교회 정문 맞은편

전화: 043)257-6726

가격: 버섯찌개 1인분 1만5000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