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형 LG화학 총무팀 대리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우리들 곁을 맴도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나눔’이다. 기부, 공헌, 사회 환원 등 여러 가지 이름과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나누는 것으로 귀결하여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얼마 전 구세군은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목표 모금액을 달성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함께 전했다.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기업과 단체의 기부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는데도 성금 총액은 목표를 초과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뭉칫돈보다는 쌈짓돈으로 성의를 보탠 아름다운 손길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어려울수록 정을 나누고 힘들 때 일수록 남의 고통도 생각하며, 위기일 때 힘을 합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훈훈한 소식이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기부행위를 넘어 기업의 경영 비전으로서 자리매김했다. 기업마다 각각의 프로그램과 독특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각종 결연, 후원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참여형 사회공헌 및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오면서 사회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어찌 보면 나눔이 아까워서 피하기보다는 ‘내가 해봐야 뭐 고작…’이란 자기타협이 더욱 심각하다. 자기PR의 시대속에 자신의 행위가 마치 넓은 호수에 소금 한줌 넣은 것만큼의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푸념이 개인들의 사회공헌 참여를 주저하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매체에서 접하는 소식이 몇 천, 몇 억 단위이다 보니 부지불식간 나눔이라 함은 연말이 되면 대기업과 단체들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사회 환원 사업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곳곳에는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엄연히 있다. 큰 덩어리의 사회공헌 활동들이 미치지 못하는 틈새는 우리들 가까이에 존재한다. 작은 화단을 가꾸는 일을 포크레인은 하지 못하지만 작은 모종삽이 훌륭히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수천만원의 기부금보다도 따뜻한 한사람의 손길과 애정이 필요한 곳들이 얼마든지 있다.

학생들은 자원봉사활동으로, 직장인은 기부를 통해 그리고 기업은 사회공헌으로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모든 일들이 ‘나눔’이다. 기부도 돈이고 봉사 역시 돈이다. 복지시설에 힘든 농촌에 찾아가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곧 기부이다. 몇 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은 시급 이상의 금액을 기부한 것이다. 인력이 투입되어 누군가가 해야 할 일, 그곳에 자신의 신성한 노동력을 제공하여 유·무형적 지출을 억제한 행위, 그것이 기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3년전부터 월말이면 동료들과 함께 찾는 아동보호시설이 있다. 몇 일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차곡차곡 모아둔 회비를 털어 다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무렵, 한 아이가 귀속에 대고 속삭였다.

“저… 근데 오늘 노래방 가면 안돼요?” 그 순간 내가 할 일은 노래방을 같이 가는 것이 아닌 그날 동행하신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막중한 임무(?)를 무사히 마쳤고 아이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신나는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나 또한 아이들 덕분에 그날은 “나눔”의 미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한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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