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협회 20년 아성에 사진협회 도전장

충북예총 회장 선거전 돌입
충북예총의 새로운 반세기를 이끌어갈 제21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충청북도연합회장(충북예총 회장)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선에 도전하는 장남수(60) 현 회장과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도전장을 던진 문상욱(56) 청주예총 부회장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 장남수 충북예총 회장
장남수 회장과 문상욱 청주예총 부회장의 격돌을 ‘신구(新舊) 간 대결’로 규정하는 것은 4살이라는 나이 차도 그렇지만 소속 협회, 예총 활동 경력 등에서도 대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이 속한 연극협회는 46년에 이르는 충북예총 역사에서 20년이 넘게 회장 자리를 독식(?)해 왔다. 김은수 한국도자기 부회장이 임기 2년의 6·8·11대 회장을 역임한 것을 시작으로, 임해순 전 청주방송 전무가 17·18대 7년 간 회장을 맡았고, 장 회장이 4년 임기19·20대를 연임한 것이다. 임 전 전무와 장 회장의 연임으로 연극협회는 17~20대까지 장장 15년을 장기집권하고 있다.

사실 연극협회는 초대 회장인 최병준 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2001년 작고)가 5대까지 9년을 연임하는 등 13년 간 회장을 맡아온 문인협회와 그동안 권력을 양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미술협회 8년, 국악협회 2년, 음악협회가 1년6개월 간 집권했을 뿐 나머지 5개 협회는 아직까지 회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장남수 회장의 경우 이번 3선에 성공할 경우 12년 임기를 채우게 돼 역대 최장수 회장이라는 개인적 영예도 기대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이에 대해 “50주년 행사 때 역대 회장들을 모셨는데 15대 회장을 지낸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이 ‘일은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출마를 적극 권유했고, 개인적으로 예총회관 건립을 이뤄내야 한다는 사명 때문에 3선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張- “힘을 실어줬으면 바랐는데”
사진협회 소속의 문상욱 청주예총 부회장은 일단 장 회장의 업적을 인정하지만 안정의 토대 위에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물갈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문 청주예총 부회장은 “장남수 회장이 8년 동안 안정적으로 이끌어왔으며 50주년 행사를 통해 위상을 높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역동적인 예총이 돼야하고 전문예술인들이 고품격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부회장은 그러나 자신의 도전이 일부 협회의 독주 등 조직의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한 저항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문 부회장은 “어려운 가운데도 조직은 민주적으로 운영돼 왔다. 나의 출마는 이른바 소외된 협회의 이해와 요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표면 상 드러나는 상대에 대한 관용과 예우일 뿐 물밑신경전은 사뭇 치열하다. 장 회장은 3선 가도에 예상치 않은 복병이 뛰어든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 회장은 “그동안 두 번의 선거가 모두 경선이었다. 마지막 한 번이기에 선거 없이 힘을 실어줬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다시 봉사하겠다는 마음 뿐”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文- “교사직 명퇴 배수진 쳤다”

▲ 문상욱 청주예총 부회장
이에 반해 문 청주예총 부회장은 “사실 장 회장이 8년 간 회장을 역임한 만큼 이제는 후배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면서도 “그런 것과 관계없이 회장 출마는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문 부회장은 또 “교사(미원공고)라는 신분 때문에 회장으로서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2009년 8월31일자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충북예총은 2009년 1월19일 입후보자 등록 마감 후 1월21일 제2차 선거관리위원회 개최 및 후보자 홍보물 발송, 1월28일 제3차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게 되며, 1월30일 오후 3시30분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제48차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한편 1957년 충북문학예술협회 준비위원회에서 태동한 충북예총은 1962년 1월 한국예총 충북지부를 공식 발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직현황은 진천, 보은, 단양군을 제외한 9개 시·군에 시·군 예총이 있고 장르 별로 10개 협회가 구성돼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대결
장- 예총회관 건립 승부수
문-
전문예술인 지원 강조

장남수 현 충북예총 회장과 문상욱 청주예총 부회장의 대결은 이력과 공약에서도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충청일보 편집부국장, 구 충북일보 편집국장, 충청투데이 청주 사장 등 언론인 출신의 장 회장은 서라벌고,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부터 40년에 이르는 연극 경력을 바탕으로 충북예총 회장을 8년 간 연임해 왔다. 이에 반해 문 부회장은 현직 수학교사로 일하면서 20여 년 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청주예총 사진작가협회 부회장으로 일하다 청주예총 부회장을 맡아왔다.

아직 공약이 구체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장 회장은 자신의 3선 출마 이유가 예총회관 건립에 있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장 회장은 “500석 안팎의 객석이 있는 중(中)극장과 전시장 등을 갖춘 예총회관을 밀레니엄타운에 건립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은 물론 충북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청주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 회장은 “매칭펀드 방식으로 국·도비를 지원받아 건물을 짓고 위탁받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된다”며 전북 전주시의 ‘소리의 전당’의 운영사례를 예로 들었다.

문상우 청주예총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사단법인인 예총이 국·도비로 예총회관을 짓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다만 가칭 종합예술문화센터를 짓는데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더 중요한 것은 전문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충북에서 벗어나 예술인들의 세계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대청호환경미술제 실행위원 등 국제사업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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