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찬바람이 몰아치는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미디어관련 7대악법 저지 및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등 궤를 같이 하는 제 세력들에게 있어 지난 참여정부시절 혹은 그 이전까지 포함하여 소위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세월은 얼마나 힘들고 견디기 어려웠을까. 좀 웃기는 발상인가요.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에 가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잘못과 유명무실해진 수도권규제 문제를 제기하고 한미 FTA 반대에 나섰다가 1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당한 고통이 고통이 아닌 줄 아는 데 긴 시간을 요하지 않았는데, 지금 느끼는 고통만큼이나 그들도 힘들어 했을까. 아마도 무척 힘들었겠지요. 그런데 그들이 잃어버린 10년동안 부동산투기로 치부하면서 잘먹고 잘살았으면서도 고통을 느꼈다면, 그것은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생각해서였을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생각이 났습니다. 지난 연초 이명박 당선자는 시화연풍(時和年豊)을 말했습니다. 국민들은 더욱 기대에 넘쳤지요. 필자도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이라 입춘첩을 내다 붙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은 이러한 미사여구에게 볼 낯짝이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입춘첩을 떼버리고 들어 왔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이명박 정부 1년 평가'라고 입력해 보았더니, 이런 시(詩) 한 수가 뜹니다. "청년 백수 비율 사상최고/ 사교육비 사상최고/ 국민연금 수익률 사상 첫 마이너스/ 코스닥지수 역대최저// 물가상승률 10년만에 최고/ 11년만에 최대 경상수지 적자 예상/ 10년전으로 되돌아간 환율/ 8년만에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전락// 국가신용등급 부정적으로 하향/ 국민소득 1만달러대로 추락/ 국가경쟁력 2단계 하락 13위 기록/ 금융부문은 10단계 추락."

엊그제 집계한 '2008년 충북지역 10대 시민운동 뉴스'를 보면,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국가균형발전 역행하는 수도권규제완화 저지, 국토파괴 한반도대운하 반대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의 여러 현안들이 그 다음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규제완화는 우리에게 직격탄이 되어 경제특별도 기업유치 17조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빛이 바랬습니다. 하이닉스 제2공장 유치로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반도체 경기침체로 인해 지역경기는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 입니까.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충북 홀대'는 그냥 해보는 빈 말이 아닙니다. 과거에 운위됐던 '충청도 무대접'은 그나마 양반이었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찬바람이 맵고 길었던 적이 언제였습니까.

그러나 기축년 새해는 더욱 어렵고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들 합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이제 4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라던 19세기 낭만주의 시인의 서풍부(西風賦)가 생각나는 것은 오늘 날씨가 매우 추운 탓이겠지요.

그러나 이 정도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면 결코 따뜻한 봄날은 오지 않습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얘기합시다. 2009년 1월 1일 우암산에서 삼년산성에서 방방곡곡 촛불을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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