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 않는 담백한 맛, 암퇘지 앞발이 최고
무릎까지 절단한 ‘왕족발’ 20여년전의 ‘변종’

우리 음식이름 앞에 붙이는 대표적인 접두사는 ‘왕’ 이다. 왕갈비에서 왕대포에 이르기까지 ‘크다’ ‘많다’는 의미를 더하기 위해 ‘왕’을 덧붙인다. ‘왕족발’도 그런 연유로 생겨난 이름이다. 원래 ‘족발’이라는 이름의 요리는 돼지의 발목아래 부위를 재료로 삼은 것이었다. 특별한 꾸밈이나 요리기법없이 도축장에서 값싼 발목족발을 사서 삶아 먹었다. 하지만 20여년전 돼지 무릎까지 절단·조리하는 ‘장충동 왕족발’ 브랜드가 생겨났고 이후 삼겹살, 보쌈에 이어 돼지고기 요리의 주류로 자리잡게 됐다.

따라서 ‘왕족발’이 변종이라면 ‘발목족발’이야말로 우리 토종 음식인 셈이다. 발목족발은 ‘미니족발’ ‘애기족발’로도 불리며 순순한 한국인의 입맛을 지켜왔다. 왕족발의 경우 돼지의 누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계피·오향과 같은 한약재를 첨가해 삶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발목족발은 고유방식대로 기본적인 양념만을 넣은 물에 삶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래서 돼지고기 원래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담백하고 물리지 않는다. 물론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기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식점마다 나름의 비법이 있다. 기본적인 양념은 간장, 마늘, 생강이며 중불에 3시간 가량 적당히 졸여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고아낸 족발은 자연바람을 쏘이면서 서서히 말려야 한다. 족발에 붙어 있는 힘줄과 지방층, 껍질이 최적의 상태로 응고되기 때문이다.

▲ ‘발목족발’은 우리 고유양념만을 사용해 삶고 우려낸다. 고기 원래의 맛이 살아 있어 담백하고 물리지 않는다. 묵은 김치를 넣은 시원한 콩나물국과 새우젓은 서로 떼놀 수 없는 ‘찰떡 궁합’이다. / 사진 =육성준 기자
청주에서 ‘발목족발’ 전문음식점으로 29년간 영업해온 삼미족발 황연옥씨(50)는 당일 삶은 족발만 내놓아 족발 특유의 맛과 질감을 유지하고 있다. 식재료도 지정한 도축장에서 당일잡은 암퇘지 앞발을 지속적으로 납품받고 있다. 무슨 동물이든지 많이 활동하는 부위가 발달하고, 그 부위에 영양분이 많게 마련인데 네발 짐승이 먹이를 먹을 때, 대개 앞다리에 체중이 더 많이 실린다. 따라서 뒷발보단 앞발을 선호하게 되고 특히 암퇘지 족발이 살이 더 통통하고 육질이 좋다는 것.

77년 시어머니 연규순씨의 대를 이어 삼미족발을 운영하고 있는 황씨는 도축장의 주 5일제 근무로 인해 토요일 족발을 납품받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황씨는 “주말에 쓸 족발은 ‘할 수 없이’ 금요일에 납품받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고 선선히 털어놓는다. 발목족발 1접시의 음식값도 1만3천원(최근 2만원으로 인상)으로 10년동안 고정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9년간 재래시장(청주 우암동 북문시장) 한 골목을 지키며 ‘10년 불변’의 가격으로 음식점을 운영해온 ‘무욕’이 변함없는 ‘손맛’의 비결인 것 같다.

전통방식의 ‘발목족발’ 요리에 궁합이 가장 잘 맞는 부식은 ‘콩나물국’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동치미 국물’을 내놓기도 하지만 애주가 손님들은 한결같이 콩나물을 찾는다. 묵은 김치와 콩나물이 빚어낸 얼큰한 국물은 족발을 씹고난 입안을 말끔하게 씻어낸다.

최근 왕족발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식품공장용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다량 판매를 하는 일부 음식점에서도 값싼 중국산을 섞어 쓰기도 한다는 것.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발목족발’은 국내 수요공급이 원활한 편이라서 외국산 부작용은 크지 않다는 것.

한편 전주에서는 양념을 친 발목족발 요리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토종돼지의 푹 삶은 발목 족발에 고추장을 기초로 양념을 더한 소스를 얹어 구워내면 쫄깃쫄깃한 족발에 매콤달콤한 소스 맛이 잘 어우러진다. 원래 족발을 기피하던 아이들도 양념 맛에 반해 다시 손을 내밀게 된다는 것. / 기획 특집부

발목족발 조리방법

1.맹물에 살짝 삶기
이미 손질된 돼지족이라도 털이 조금씩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살짝 삶아낸뒤 면도칼로 말끔히 깎아낸다.

2.씻기
발톱부분의 검은 점을 발라내고 깨끗한 물에 구석구석 잘 씻어 채반에 건져둔다.

3.양념물에 졸이기
간장, 마늘, 생강 등으로 양념한 물에 다시넣어 중불로 은근하게 졸인다.

4.꼬치로 찔러보기
국물이 많이 졸아들고 대꼬치로 찔렀을 때 살이 쑥 빠질 정도로 푹 들어가면 불을 끄고 건져낸다.

5.썰기
채반에 놓아 식으면 뼈를 발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저며 썬다.

6.새우젓 양념장 만들기
새우젓에 고춧가루와 송송 썬 고추,다진 파와 마늘을 분량대로 잘 섞는다. 새우젓은 질이 좋은 육젓을 써야 맛있다.

*물렁뼈: 결합 조직의 하나로서, 뼈야 함께 몸을 지탱하는 무른 뼈
*콜라겐: 동물의 뼈, 연골, 힘줄, 비푸, 비늘 등을 구성하는 경단백질의 한 가지
*젤라틴: 단순 단백질의 한 가지. 동물의 가죽, 뼈, 뿔 따위를 오랫동안 석회액에 담갔다가 물을 붓고 끓이거나 산을 넣어 만듦.
산모 모유생산 입증, 노화방지 활성화 물질 함유

족발이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 산모에게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5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장준복 교수팀은 “민간요법 중의 하나인 돼지족발과 통유탕(돼지족발에 감초, 천궁, 통초가 함유된 한약)을 쥐에게 투여한 결과 유선조직의 혈관형성을 촉진시키고 유즙 분비 관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족발이 미 역국, 가물치 등과 더불어 산모에게 좋다는 민간요법은 있어 왔으나 실제 얼마나 좋은지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또한 족발은 콜라겐(collagen) 이나 엘라스틴(elastin) 등의 단백질 성분이 주체로 되어있다.

족발에서 콜라겐 같은 단백질 외에도 중요한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것은 물렁뼈. 물렁뼈에 있는 젤라틴이라는 성분은 인체 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젤라틴은 그 속에 생리 활성화 물질인 콘드로이친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

상어 지느러미(샥스핀)가 고급요리의 재료인 것도 지느러미를 늘 움직이는 데다가 그 속에 물렁뼈가 있고 거기에 콘드로이친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2006년에 취재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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