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충북도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군수에게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행정사무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임각수 괴산군수가 2차례에 걸쳐 출석을 거부하자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주)진로가 조성한 괴산산업단지 부지를 국방부에 매각한 절차와 배경 등을 조사하기 위한 사무감사였다. 전국의 지자체가 경제살리기를 주문처럼 외우며 기업유치에 혈안이 된 마당에 대기업 입주예정인 공단을 포기한다는 것은 뜻밖의 결정이다. 도의회가 직접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명분과 이유가 분명하다.

하지만 임 군수는 도의회 출석통보를 받자 도청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정작 도의회 사무감사장에는 출석을 거부해 기관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다.

괴산군 사회단체연합회에서는 도의회의 감사와 과태료 부과를 비난하고 임군수를 역성드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의 의혹사안에 대한 도의회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거부한 단체장을 꾸짖기는 커녕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단체장 한 사람의 처신 때문에 여러 기관단체까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번엔 또 다른 코미디를 연출한 단체장들이 있다. ‘상받고 욕먹은’ 우스꽝스런 코미디였다. 지난 11월말 도내 언론은 유영훈 진천군수와 한용택 옥천군수의 CEO대상 수상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유 군수는 ‘정도경영부문’, 한 군수는 ‘가치경영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알고보니 ‘정도를 벗어난 가치없는 상’ 이었다.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세계언론인재단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2008년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은 이른바 돈으로 거래되는 상이었다.

진천군은 1100만원, 옥천군은 330만원을 주최측에 신문홍보비 명목으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상자로 선정된 전국 19개 지자체 단체장의 얼굴이 신문 2개면에 걸쳐 실렸다. 공동주최로 소개된 ‘한국전문기자클럽’은 사무실도 없는 ‘정체불명의 단체’였고 실제로 한국일보의 변형된 광고사업이나 다름없었다. 명예에 굶주린 선출직 단체장들의 심리를 이용해 ‘허명’을 판매한 것이다.

정우택 지사도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언론사가 주최한 CEO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해당 언론사에 충북도 광고가 게재된 것으로 보아 역시 ‘주고받기식’ 상으로 짐작된다. 각 언론사가 나도나도 상을 만들다보니 그 권위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언론이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변형된 수익사업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결국 언론사의 권위도 추락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진천·옥천군수의 수상과 홍보비 지출이 문제되자 담당 공무원들은 “대대적으로 지역을 알리는데 그만큼도 못 주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문제의 상은 지역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단체장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다. 결국 군예산으로 군수 개인의 홍보를 도와준 셈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군수 수상 광고비 지출의 적합성 여부를 따져 반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과태료 200만원이 부과될 임각수 괴산군수도 군예산으로 지출한다면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하긴 임군수를 감싸며 도의회를 비난해온 사회단체연합회가 그깟 200만원 쯤 선뜻 모금해 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2008년 최대의 코미디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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