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대응투자 거부에 국비 70% 지원 ‘물거품’
도교육청 자체 추진 예산도 도의회서 일부 삭감

청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목적 교실에 대한 대응투자를 거부해 국비 70%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데다 충북도의회가 충북도교육청이 자체 투자키로 한 예산마저 일부 삭감해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 청주시의 다목적 교실도 이미 배드민턴을 비롯한 각종 생활체육동아리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하지만 청주시는 공간이 많다는 이유로 다목적교실 신축에 대한 대응투자를 하지 않아 타 시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다목적 교실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지자체의 대응투자다. 지난해부터 지자체가 건물을 지을 때 대응투자 30%를 했을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우선대상지로 선정될 뿐만 아니라 예산 70%를 지원받게 됐다. 따라서 청주시를 제외한 충북도내 시군들은 이러한 30%원칙을 지켜왔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청주시가 지금까지 대응투자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3일과 4일 열린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 심의에선 도교육청이 자체 수립한 6개 학교 다목적교실 건립비마저 20% 삭감됐다. 이어 15일 열린 도의회 예결위에서도 삭감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삭감된 금액은 6개 학교 다목적교실 건립비 98억 5000만원에서 20%에 해당하는 19억 3000만원이다. 따라서 이미 지난 10월 교육위 심의에서 약 87억원이 깎인 데 이어 이번 건까지 더하면 110억원이 넘는 예산이다. 이는 역대 도교육청 예산 심의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삭감된 전례를 남긴 것이다.

학교공간 넘어선 지역민의 공간
도교육청이 제시한 2009년 다목적교실 신축 계획을 보면 율량초, 청주중앙중, 주덕중고, 충북여고, 청석고, 대성고 등 6개 학교가 예정돼 있다. 사실상 주덕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청주시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는 단위면적당 학생 수가 과밀화돼있고, 공간도 넘쳐나는 데 굳이 학교시설까지 지원해야 하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 도교육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특수학교 총 470개교 중 청주에는 119개 학교가 있으며 이중 다목적 교실은 70개가 있다. 이는 보유율이 58.8%로 가장 낮은 괴산증평(37개 학교 보유수 14개)의 37.8%에 비해 21%가 높은 수치다. 공립과 사립을 포함한 다목적 교실은 470개 학교 233개로 49.6%다.

반면 군단위에서는 다목적교실의 활용도가 높다는 주장이다. 다목적교실은 군민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체육시설 및 각종 군 관련 행사장으로 요긴하게 쓰인다는 것.

▲ 청주시의 다목적 교실도 이미 배드민턴을 비롯한 각종 생활체육동아리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하지만 청주시는 공간이 많다는 이유로 다목적교실 신축에 대한 대응투자를 하지 않아 타 시군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의 다목적 교실도 이미 배드민턴을 비롯한 각종 생활체육동아리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용암동 인근학교에서 테니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전 모 씨는 “생활체육공간은 청주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퇴근 후 시민들이 운동을 통해 활력소를 찾고 있는데 더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다목적교실은 학교공간을 넘어선 지역민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목적 교실을 지원할 때는 학생 수, 지역여건, 자체재원 등을 고려해서 정한다. 내년에 신축이 예정된 율량초는 역사성을 갖고 있고 인원도 1000명을 넘는다. 또 청주중앙중은 인근 덕벌초와, 주덕중도 주덕고와 함께 사용이 가능하다. 충북여고도 청주여상과 사용할 수 있고, 청석고와 대성고는 지난해 BTL(민자투자유치사업)로 추진하다가 중단돼 우선 배려를 했다”고 설명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의 교육마인드
또한 현재 대응투자를 하고 있는 일부 시군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운운하며 시군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도내 중심권을 제외한 대다수의 시군이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위 돈 많은 청주시가 대응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안 된다는 것이다.

제천시의 경우 지난 12일 열린 제천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당초 요구된 지역 내 초등학교의 다목적교실 사업비의 30% 대응액 가운데 1/3을 삭감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제천시는 신백초교의 다목적교실 설치사업 22억800만원 가운데 4억9천800만원의 사업비를 세워 시의회에 승인을 요구해 둔 상태였지만 1억 6000만원을 삭감 처리했다.

이는 제천시의회가 도교육청이 청주시에는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순수 예산으로 6곳을 신축하겠다고 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도의회에서 타 지자체를 의식해 20%를 삭감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10%라는 차별이 존재함에 따라 시의회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별교부금을 얻어왔을 때 30%를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지 도교육청 자체예산으로 건물을 지었을 때는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이렇게 대응투자가 거부되면 전체 사업비의 70%에 달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교부금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남 시장-이 교육감의 관계 때문에?
결국 청주시가 대응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남상우 청주시장의 교육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남상우 시장과 이기용 교육감과의 묘한 관계 때문에 나온 결과가 아니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이미 청주교육청은 몇 주 전에 청주시에 대응투자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지난 12일에는 청주시내 일선 교장들이 남 시장을 방문해 설명회를 가졌지만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제 남은 유일한 길은 청주시 추경예산에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 삭감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다목적교실의 완공이 늦어지거나 시설 규모 자체가 축소될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기용 교육감과 남상우 청주시장의 관계가 틀어진 지 오래다. 청주고 선후배 사이지만 선거를 치르면서 멀어졌고, 2년 전 쯤에는 남상우 시장이 교육 부지를 시유지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 사건도 있었다. 또 행사장에서는 의전 문제를 두고 미묘한 갈등도 번번이 있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교육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하는 데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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