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화로 휴식 취하며 ‘스콧 니어링’ 닮은 생활
무소유 삶 지향… “몸 아픈것도 마음에서 비롯”

도종환 시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인집단에 이름 석자를 올려놓은 시인의 사생활은 여전히 화제거리다. 그는 10년의 해직교사 생활을 마치고 지난 98년 학교로 돌아가면서 대부분의 직책을 정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교사로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각종 신문과 방송, 문학단체, 시민사회단체에서 그를 불렀다. ‘남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시인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본업과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다 끝내 자리에 눕고 말았다.

금년 3월 그는 학교에 휴직계를 냈다. 계룡산 마음수련원과 미황사·백련사 등의 사찰을 거쳐 최근에는 보은군 회북리 ‘구구산방(龜龜山房)’에 머물고 있다. 이 집은 화가인 김이동 교사가 직접 지은 것으로 거북이처럼 오래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 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지 않고 지은 집에 대해 한결같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면서 최근 시인의 작품이 아주 달라졌다고 전해주었다. 윤석위 시인은 “전에는 뭔가 설명하려고 들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사물과 인생을 바라보는 것 같다. 요즘 쉬면서 쓴 작품을 보고 정말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4시간 노동·4시간 읽고 쓰고…
시인은 ‘충북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나오는 작가 스콧 니어링의 인생관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삶을 간소화 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그 날 그 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가질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만들어 갈 것. 스콧 니어링의 이런 좌우명을 책상위에 붙여놓고 그것을 따라가보고 배우고자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하루에 4시간 노동하고, 4시간은 자연과 사람 만나고, 4시간은 읽고 쓰고…” 한마디로 스콧 니어링처럼 산다는 것이다. 실제 문명의 이기들을 멀리하면서 거의 자급자족하고, 건강한 노동과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은 스콧 니어링의 생활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스콧 니어링을 그리며 쓴 시 ‘저녁숲’에서 시인은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것들 중에/ 빠져나갈 것은 빠져나가고/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은 돌아와/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얼굴도 웃음도 제 본래 모습을 되찾고/ 의로움도 선함도 몸 속에서 원융하여/ 당신처럼 균형 잡힌 인격이 되어 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말해 그를 얼마나 흠모하는가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낭만주의와 실존주의 시기인 20대가 정(正)이고, 운동으로서의 문학을 한 30대와 40대가 반(反)이라면 이제는 합(合)으로서의 문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아울러 이런 말도 털어놓았다. “몸이 아픈 것도 마음에서 생긴 병이다. 그동안 일을 해오면서 쌓였던 욕심이나 집착, 부조화와 갈등,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음에도 원망이나 불만이 많았다. 나는 열심히 일을 했는데 왜 이 모양인가 하고…그런데 그런 것까지도 다 버리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의 근황 읽을 수 있는 시
어쨌든 최근의 휴식이 시인에게는 하나의 분기점이 된 듯 하다. 생활이나 작품 면에서. 지난 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이후 전교조충북지부와 충북민예총에 관여하는 한편 당시 불어닥친 사회 민주화운동에 앞장 섰던 그는 각종 대책위와 추진위에서 중책을 맡아 왔다. 그는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뛰었다.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 후기에서 “그동안 병이 들어야 여러 날씩 쉬어볼 수 있는 바쁜 삶을 살았습니다”라고 썼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중에는 작품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당시 시인은 교육·문학·통일·지역현안에 발벗고 뛰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때와 비교하면 지금 그의 생활은 달라졌다.

도 시인의 과거 시 ‘길’을 보자. ‘아무리 몸부림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정을 넘긴 길바닥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너는 울었지…(중략)…내놓으라고 길을 내놓으라고/ 앞으로 나아갈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지금 나는 쫓기고 있다고 악을 썼지’
그런데 최근 쓴 시 ‘축복’에서는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중략)…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고 노래했다. 이 시는 바로 현재 시인의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시인의 신작시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