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해당 의원 징계와 폭력방지대책 내놓아라”
도의회와 해당 의원 “이미 일단락된 사건이다”

충북도의회 폭력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라는 도민들의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충북도지부 배창호 위원장 등 8명은 지난 12일 도의회 박재국 의원과 김정복 의원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청주지방검찰에 고발하고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1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청주YWCA·충북여성민우회·충북민예총·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지난 12일 이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오는 18일 도의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공개사과와 징계위를 소집해 폭력 의원 보직박탈, 폭력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의장에게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고발 및 피킷시위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고발로 또 다른 국면
배창호씨 등 고발인들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은 피해자에게 위험한 물건인 컵을 던지고, 안경을 쓰고 있는 피해자의 뺨을 때렸는 바 안경이 부러지면서 얼굴이 찢어져 17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피고발인들은 도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할 도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올바르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음주와 폭력을 행사, 도의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을뿐 아니라 법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으로서 위와 같은 폭력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충북지부와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 생태교육연구소 터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150만 도민의 이름으로 폭력 도의원을 고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우리들은 폭행사건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이 겸허하게 반성하고 도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반성은커녕 잦은 말 바꾸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고, 사죄는커녕 당사자간 합의가 끝난 일이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며 도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일관하여 다시 한 번 도민들에게 분노를 안겨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도의원들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은 도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공천과정에서 후보 자질과 역량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정계진출 위축시킨 사건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이하 충북여세연)도 지난 11일 이 사건에 대해 따끔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사건을 개인간의 폭력이 아닌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간의 폭력으로 규정한 충북여세연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과 여성들의 정계 진출이 여성의원 할당제로 이뤄진다는 점을 중시하고, 이 사건은 가뜩이나 미약한 여성의 정치진출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했다.

또 지방자치를 양성평등 실현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이 사건은 지방자치에 대한 폭거이며, 지방의회가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도민들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을뿐 아니라 도의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의회는 폭력을 행사한 두 의원을 징계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 폭력가해 의원은 피해 여성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자진 사퇴할 것, 피해 여성의원은 진상을 밝히고 공개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 사건이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고 전국의 여성·시민단체가 주시하고 있으므로 도의회가 덮어두려 한다거나 무마하려 압력을 가한다면 더 크게 저항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여성단체 대표들은 유주열 의장이 현재 휴가중인 관계로 유의장 비서실장에게 18일 의장을 방문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일단락됐다”와 “아니다”
사건 발생 20여일이 지나도록 이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고 여론의 초점이 되는 것은 도의회와 해당 의원들이 흐지부지 덮으려고만 하고 명확한 사과 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사적인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자신들끼리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반해, 시민사회단체는 도민들의 대표로 뽑힌 도의원들이 벌인 일을 어떻게 개인적인 문제로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도의원들은 두 차례 모임을 갖고 서로 사과를 했으며, 이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기 때문에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도민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언제 제대로된 사죄를 했느냐고 반박한다. 실제 지난 7월 28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모인 의원들이 반성은 고사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을 보여 여간 실망하지 않았다는 반응들이다.

또 지난 7월 31일 변지숙 충북여성민우회 대표와 라미경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등이 유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의장이 징계위와 윤리위를 열어 해당 의원들을 징계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내용과 의원들의 반성을 문서로 남기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석했던 대표들은 도의회로부터 이것을 분명히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건 뒷처리로 볼 수 없다는 것.

검찰 고발과 항의방문, 항의성명서 발표에 이어 다음 지방자치선거 때 해당 의원들을 표로 심판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도의회 폭력사건이 남긴 상처는 크다. 인터넷과 구전으로 이미 다른 지역으로까지 소문도 많이 난 상태다. 양길승 사건이 전국을 뒤흔드는 바람에 슬며시 넘어갈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용두사미 식으로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도의회와 해당 의원들이 보다 명확한 언어로 공개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것만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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