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정치경제부 기자

옷깃을 여미는 추위가 찾아 왔습니다. 화분 가꾸기를 유난히 좋아 하시는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듯 가꾸던 화분을 따뜻한 전실에 들여 놓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바깥마당 한 구석에 대추나무 한 그루를 사다 심으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가슴 저미듯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막 심은 대추나무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씀이셨죠.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종말할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남겼다죠. 어쩌면 아버지의 마음이 그런 것일까요. 아무튼 가슴 저미는 아버지의 말씀에서 ‘유비무환’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시골집 울타리가 되어준 감나무를 보며 너의 증조부가 심으셨고 증손자가 맛있게 먹을 것을 예견하고 심으셨을지 모르겠다고 말씀 하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감나무 꾀나 오르내리며 놀던 저의 어린 시절을 되새기곤 했죠. 만추에 곶감을 만들고 남은 감들이 찬 서리를 맞아 홍시가 되어 갈 때쯤이면 장대에 양파 주머니를 끼어 만든 감전지로 정성들여 홍시를 땄고 겨우내 좋은 간식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 이 역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겠죠.

지역경기가 갈수록 좋지 않습니다. IMF가 찾아온 97년 11월보다도 나눔의 손길이 더 적다는 한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이웃을 생각할 겨를도 없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청주시 경제과가 내년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 고장 점포 이용하기, 내 고장 상품 팔아주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나친 나라사랑을 국수주의로 간주 하듯이 혹시 배타주의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해당 공무원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 공무원은 재래시장 경기와 민심을 알아볼 겸 나갔다가 온갖 김을 사다 맛을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육거리 재래시장 구운 김 맛이야 청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소하고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민심과 김 맛을 함께 간보려 무려 재래시장 11개소의 구운 김을 가져다 맛을 보았다는 해당 공무원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적어도 11개의 재래시장은 찾아 민심 탐방을 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리 준비하면 근심 또한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비록 오랜 경기불황을 사전에 예견하고 준비하지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역점포 이용하기란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는 한 공무원의 마음이 그리 부족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동기부여로 지역점포를 이용한 시민들에게 현금영수증을 이용한 추첨으로 지역상품을 전달하는 이벤트까지 준비하고 있다니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부디 성공했으면 합니다. 바로 그 길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맛난 김도 찾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심도 얻고…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라 말했던 해당 공무원의 노력은 아마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앞선 준비는 아니었을지 생각이 됩니다. 방법론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해당 공무원이 계획에서 끝나지 않고 사전 철저한 준비로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또한 재래시장 경기를 돌아보기 위해 맛있는 김을 찾아 나섰던 해당 공무원의 노력이 내년에 서민들의 깊은 주름살을 펴는 행복한 맛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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