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조차 “모른다”, 거래실적 “전혀 없어”

대형할인마트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만든 ‘충청북도 사이버전통시장(이하 사이버 전통시장)’이 말 그대로 가상공간에서 유령시장으로 전락한 채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고 있다.

충북도는 사이버 전통시장을 구축한다며 2001년도에 12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재래시장 상인들조차 이런 사실을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모르고 이용자 또한 거의 없다. 현재는 예산이 바닥나 관리에 손을 놔 버린 상태고, 한마디로 사이버 전통시장은 ‘빛 좋은 개살구’가 돼 버렸다.

2년 넘도록 늦잠
사이버 전통시장은 재래시장의 활성화와 실업자 해결을 당초 목표로 삼았다. 결과는 이 사업을 맡은 업체(농심데이터시스템 컨소시움, 농심데이터시스템, 지어소프트, 디지털아이)의 실업자만 해결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12억이라는 예산으로 만든 이 시장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쇼핑은 편리하게 쇼핑을 하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런 인터넷 쇼핑의 장점을 살리고 무엇보다도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는 탁상공론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재래시장의 주요 취급 상품은 농수산물과 같은 1차 상품이다. 이는 규격화 된 것이 아니고 시세 변동 또한 크다. 예를 들어 생선을 생각해 보자. 생선은 상품 각각의 크기가 다르고 공산품처럼 가격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세에 따라 변한다.

한 전문가는 “농수산물과 같은 1차 상품은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지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이런 기초적인 생각을 저버린 것이다. 좀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을 지나쳤다.”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는 좋았다. 이 시장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관리를 위해서는 시장 상인들과의 협의를 했어야 한다. 더구나 꼭 필요한 인터넷 교육은 실행되지 않았다. 관리자 공공근로요원을 두기는 했으나 그것도 시작할 때뿐이었다.

도는 시장상인들에게 사이버 전통시장에 대한 설명이나 교육이 턱없이 부족했다.” 청주 육거리시장(상당구 석교동) ㅁ청과 대표는 “시청인가 도청에서 사진만 찍어갔다. 인터넷으로 주문 받아 본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육거리 시장 ㅎ닭집 대표는 사이버전통시장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에 취급상품을 올린 일도 없다. 사진을 찍어간 일도 없다”며 오히려 의아해 했다. 이러한 증언은 충북도가 사이버 전통 시장 개설을 전후에 관련 상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협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만들어 놓고 ‘ 나 몰라라’
사이버 전통시장의 또 다른 문제점은 도의 관리부실과 관심 부족이다. 충북도는 12억원을 투입 후 관리를 각 시장조합과 시·군에 맡기고 있다.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이 없자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주변으로부터 가해지는 채찍에 대해 피하려고 한다. ‘서민을 살리자’는 충북도의 주장은 결국 ‘보여주기 위한 것’, 즉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이버 전통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과 이관영 계장(52)은 “시장 상인들의 무관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극적인 태도와 더 이상의 발전을 꾀하지 않는 모습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옥천종합상가의 ㄴ기물 대표는 “매상과 관련이 없고 관리나 운영도 할 줄 모른다. 나이든 사람이 인터넷에 대해 무얼 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여전히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그렇다면 사이버 전통시장에 따른 해결 과제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충북도의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노력으로 전담자를 두어 적극 개선·관리하는 것이다. 아니면 과감히 폐지해 버리는 것이다. 도는 12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옹색한 처지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다.

이 계장은 “당초 목표와 달리 물건을 주문하거나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재래시장의 홍보는 이뤄졌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에 대해 “앞으로 재래시장의 친근한 면을 부각시키고, 나름대로의 이벤트를 만들어 재래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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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충북도는 사이버전통시장이라는, 결과적으로 허상의 대상에 12억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2억이라는 예산에서 건진 것이 재래시장의 홍보효과였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 또한 확실히 추진하거나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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