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주최 경영대상 광고비만 1000여만원
진천·옥천군수 망신살…도지사도 두 번 수상

<賞을 구입하는 단체장들>
자치단체장 후보 가운데 선거전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구호로 내걸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 활성화라는 어휘는 마치 ‘열려라 참깨’와도 같이 당선의 문을 열어줄 주문으로 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들은 누구나 최고경영자 즉 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이미지로 포장되기를 원한다. 외국순방을 다녀온 뒤 ‘세일즈 외교’를 했다고 자랑하고, 기업유치 실적을 계량화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그 예다.

▲ 진천군과 옥천군이 언론사 등이 주최한 CEO대상 수상과 관련해 거액의 광고비를 집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전 거래는 아니라지만 공모단계에서부터 수상자로 선정되면 1500만원의 홍보비를 낸다는 내용이 사전 협의됐다. 사진은 11월 27일자 한국일보 광고와 공문 일부(네모 안).
문제는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해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속칭 ‘CEO대상’이나 ‘경영대상’ 등을 사고파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대상 사무국’이 모든 것을 주도하지만 표면상으로는 중앙언론사를 내세우는데다, 수상 시·군을 상대로 광고비조로 거액을 챙기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세계언론인재단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2008년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 시상식(11월27일·세종문화회관)도 알고 보니 이런 류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는 유영훈 진천군수와 한용택 옥천군수가 걸려들었다.

주최 측 공문에 홍보비 1500만원 명시
11월27일 도내 언론은 유영훈 진천군수와 한용택 옥천군수의 CEO대상 수상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심지어 모 일간지는 두 군수의 CEO대상 수상소식을 별도의 기사로 전하기도 했다. 유 군수는 ‘정도경영부문’, 한 군수는 ‘가치경영부문’으로 수상분야만 달랐는데도 말이다.

같은 날 한국일보에는 20, 21면에 걸쳐 양면광고로 “정도경영을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당신은 대한민국 최고의 존경받는 CEO입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수상자 26명의 얼굴이 일제히 실렸다. 재미있는 것은 ‘기업의 미래’라는 문구가 들어갔음에도 기업인은 금융인, 공기업 대표를 포함해 7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9명은 모두 자치단체장이라는 것이다.   

도내 군수들이 수상한 정도, 가치경영 분야 외에도 경영이라는 단어 앞에 신뢰, 지식, 미래, 레저스포츠, 청렴, 책임, 선진복지, 웰빙사회 등 구분개념마저도 불분명한 단어들을 조합해 19명의 ‘CEO단체장’을 만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최 측이 내려 보낸 공문의 4번 항목에 홍보비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은 2000만원, 지방자치단체는 1500만원을 내도록 명시했다는 점이다. 공문에는 홍보비가 연합광고 및 시상식 비용이며, 최종 평가에서 선정된 기업에 한해 11월7일까지 입금해야 한다는 설명이 부연돼 있다. 결국 기업들은 이 같은 흥정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반면 지자체들은 단체장의 낯내기를 위해 미끼를 덥석 물었다는 얘기다.

진천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돈을 먼저 주고 상을 받았다는 것은 오보다. 주최 측으로부터 확정통보를 받은 후에 돈을 낸 것이다. 중앙언론사가 공동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 공문도 언론사 대표이사 명의로 왔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CEO대상 주최 여부에 대해 “광고비를 받고 이름만 올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최 측인 한국전문기클럽은 오래 전 폐간된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낸 인물 등이 간부로 있는 단체로, 실체가 불분명하다. 
  
“중앙지에 나는데 그만큼도 안주냐”
진천군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공모단계에서 이미 홍보비가 명시된 공문이 내려왔으므로, 이미 얼마든 홍보비를 낼 각오를 하고 공적조서를 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수상자 확정 후 홍보비 지급과정에서 자치단체 별로 금액의 규모를 놓고 은밀하게 밀고 당기기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진천군은 시상식 전 주최 측에 1100만원을 일시불로 송금한 반면, 옥천군 일단 330만원을 입금한 뒤 추후 광고가 다시 나갈 때 700만원을 더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적인 상황은 더 들쭉날쭉하다. 12월3일 CEO대상의 문제점을 첫 보도한 인터넷언론 <미디어스>에 따르면 경기도 양평군, 서울 동대문구, 충남 홍성군은 공문에 기재된 데로 1500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반해 충남 서천군은 부가세까지 포함한 듯 1650만원을 냈고, 대구 수성구는 800만원을 납부했다. 일단 수상자를 발표해 정해놓고 1대1 방식으로 가격조정을 한 정황이다.

진천군과 옥천군이 현재까지 낸 금액은 3배 이상 차이가 났지만 관계자들은 “명분은 충분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옥천군 관계자는 “다른 언론사에 지급하는 광고비를 기준으로 일단 330만원을 준 것이다. 나중에 주기로 한 700만원도 광고비이기 때문에 임의 지출할 수는 없다. 대대적으로 지역을 알리는데 그만큼도 못 주냐? 문제 삼는 언론사들도 광고비 달라고 요구하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역성을 냈다.

진천군 관계자 역시 “금액은 크지만 지역신문보다 중앙지에 나는 게 파급효과가 크고 진천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지사 역시 CEO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6월 월간조선에서 선정한 ‘2007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 공공기업(자치단체)분야 상생경영 부문에서 경제리더로 선정된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경향신문이 주최한 ‘2007 대한민국 신뢰경영 CEO대상’ 공모에서 서울특별시장과 함께 광역자치단체 부문 대상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우리는 성격이 다르다. 월간조선의 경우 한참 지나서 자매사인 주간조선 홈페이지에 배너광고를 해줬다. 효과가 너무 좋아서 3번 정도를 낸 것 같다. 필요에 의한 것일 뿐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 경향신문은 나중에 광고가 필요하면 해주기로 하고 다른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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