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변화시 노조와 합의” “경영의 고유영역”

 한국네슬레 청주본사 공장이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노-사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22일 이후 지금까지 노사간 교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지난 7월 7일부터 들어간 파업사태는 한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네슬레에서 들려오는 노사간 파열음의 진원지는 경영진이 구상하고 있는 인력재배치 문제, 즉 광의의 개념인 구조조정 계획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쟁점의 하나인 노조의 경영참여 문제가 네슬레라는 일개 사업장에서도 노-사간 예리한 대립각을 세우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슬레는 최근 막대기형(스틱) 커피믹스가 소비자들에게 유행제품으로 인기를 끌자 관련제품의 생산 라인증설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따라 몇해 전만 해도 주력제품이던 사각형의 커피믹스(샤세; sachet) 생산라인 2기를 폐쇄하는 한편 스틱형 제품 생산라인 1기를 증설키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스티형 제품 생산라인은 직접투자-청주공장내 자체증설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외주(아웃소싱)형태로 확보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측은 샤세형 제품 라인 2기의 폐쇄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인원감축 대신 기존 생산라인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기존의 샤세 라인 2개에 배치된 인력을 감축하지 않기 위해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하는 지금의 작업형태에서 4교대 체제로 변경할 것을 노조측에 제안한 상태”라며 “그런데 이 방안에 대해 노조에서 반발하면서 한달이 넘는 파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경영참여 문제가 갈등의 핵

네슬레 청주본사 공장 관계자는 “커피믹스 같은 간단해 보이는 제품조차 유행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몇 해전만 해도 사각형(샤세 sachet)이 주력제품이었으나 요즘은 막대기형 스틱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틱형은 막대기 모양의 작은 봉지에 재료를 넣을 때 설탕 크림 커피 순으로 충전하는 때문에 개봉시 입맛과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크림의 양을 소비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네슬레는 스틱형 제품 생산라인을 증강하되 공장 내에 직접투자하는 방식을 피하고 외주형태로 아웃소싱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비를 직접투자를 통해 증강했다가 유행이 바뀌어 필요없는 설비로 전락할 경우에는 대응책이 만만찮다”며 “인력이나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쉬어도 줄이기는 어려운 게 우리나라의 경영환경 아니냐”고 말했다.

어쨌든 네슬레는 한국의 노사환경을 고려, 필요설비를 외주형태로 보강하는 대신에 기존의 2개 샤세 생산라인의 유휴인력을 재배치하려는 것인데 노조에서 반발하면서 작금의 장기파업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2년마다 진행하는 단체협상의 해가 아니라 임금협상만 하기로 돼 있는 해입니다. 그런데도 노조에서는 인력재배치를 비롯한 구조조정 문제를 포함한 내용에 대해 단체협상안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생각입니다.” 네슬레 경영진은 “노조의 요구는 고유한 경영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으로 노사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스위스 본사 분위기 호의적이지 않다”

반면 노조는 조합원의 △근로조건 및 고용의 변화가 있을 경우 조합과 ‘합의’해 시행할 것, △9.2%의 임금인상 △회사에서 생산물량의 일부를 외주 처리하거나 호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노동조합과 합의할 것 등을 올 임금협상의 주요내용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슬레 인사·총무 부문을 총괄하는 이완영 상무는 “스위스 본사에 파업사태와 관련, 일일보고를 하고 있는데 본사의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않다”며 “특히 노조가 고용안정에 대해 문서로 보장할 것으로 요구하는 데 대해 스위스 본사 측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상무는 “파업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한국철수라는 파국적 결론을 (스위스 본사가) 내리게 될 지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네슬레의 경우 중국에만 24개의 현지공장을 갖고 있어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동남아시아의 시장을 커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네슬레는 서울 사무실의 인력과 청주본사 공장(370명)을 합쳐 총 67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규모가 2500억원에 이른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