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정가네손칼국수

아무리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솜씨가 시원치 않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한다. 반대로 흔하디 흔한 서민음식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경우가 많다. 청주시 모충동 정가네손칼국수가 바로 이런 경우다.


청주의 가장 큰 간선도로 상당로에서 모충동을 찾아가려면 국보제약길을 이용한다. 이 국보제약길 언덕을 넘자마자 왼쪽으로 정가네손칼국수라는 작은 간판이 보이는데 안내하는 대로 골목길로 들어서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반 가정집에 방마다 테이블을 놓고 거실에서 아저씨가 숙성된 반죽을 직접 밀고 썰어 면발을 만든다. 거뭇거뭇 점이 박힌것 처럼 보이는 것은 반죽에 섞은 서리태 콩가루.
이곳의 메뉴는 칼국수와 만두, 두가지 뿐이다. 여기에 여름철 콩국수와 겨울철 떡만두국을 계절음식으로 내놓는 정도.


정가네칼국수에서 가장 인기좋은 메뉴는 칼만두국. 말 그대로 칼국수와 만두를 함께 끓여 먹는 것인데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면발은 이 곳 나름의 노하우로 숙성시킨 반죽을 직접 손으로 밀어 칼로 썰어 만들어낸다.  끓이면 풀어질 정도로 가늘어 보이지만 오히려 반죽에서 우러나오는 국물맛이 더해지고 면발도 쫄깃해져 칼국수 마니아들도 탄성을 연발하기 일쑤다.

만두는 소는 물론 만두피까지 직접 손으로 만든다. 만두피가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이 또한 숙성 반죽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리려 쫄깃한 씹는 맛을 느끼게 한다.
만두소는 집만두 처럼 김치와 당면, 두부, 여기에 약간의 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세련되지는 않지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소박한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중장년 손님은 물론 냉동이나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한 젊은이들도 정가네칼국수의 주 단골들이다.

면발과 만두의 환상적인 맛도 맛이지만 이 집의 진정한 노하우는 해물로 우려내는 육수에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반쯤 끓여 냄비채 나오는데 육수에 들어간 재료라야 바지락과 마른 새우와 북어채, 새송이 버섯이 전부다. 골라 먹는 재미를 느끼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재료 사용을 자제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육수에는 여느 식당이 흉내내지 못할 정가네 만의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

특히 아무리 끓여도 변하지 않는 시원한 맛에 냄비를 비우고도 자꾸 숟가락이 육수를 뜨게 만든다.

보통 칼국수 육수는 끓일수록 텁텁해지고 면발이 풀어져 걸죽해지기 마련인데 이 집은 다르다. 제대로 숙성된 반죽에 충분히 치대 면발을 만들고 화학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맛에 여성 손님들은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아닐까’ 눈치를 보면서도 남김 없이 냄비를 비우곤 한다. 환상적인 맛 뿐 아니라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2인분으로도 3명이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며 칼만두국은 주먹만 하게 빚은 만두를 3개 넣어 끓이는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다. 하지만 이 집의 진정한 단골들은 허리띠를 풀어놓고 먹을 채비를 한다고. 배가 부르다고 음식을 남기거나 주문을 적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가네손칼국수와 칼만두국을 맛보려면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 게으른 사람들은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30분 식당 문을 열기 무섭게 점심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12시가 넘어서면서 부터는 길게는 30분 가까이 줄을 서야한다. <정가네칼국수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전화 276-7127, 메뉴 손칼국수·칼만두국각 5000원, 찐만두 4000원 계절메뉴 - 콩국수(여름), 떡만두국(겨울) 각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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