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사회문화부장

이명박 정부는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 속에 출발했다. 이제 와서 이 명제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겠지만 지난 대선 결과가 그랬다. 굳은 믿음은 아니더라도 기대가 컸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입찬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업인 출신의 이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라기보다는 ‘경제적인 대통령’이라고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정말 짧은 시간 안에 ‘Input과 Output’에 대한 셈법이 빠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지난 대선은 수도권을 포함한 한나라당의 안방 영남과 나머지 비수도권의 대결이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제천·단양을 제외한 전 선거구를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에게 내줬고 호남, 제주에서 참패했다. 강원과 영남에서도 누수현상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지역주의구도가 최고조로 발현한 선거였다. 그러나 수도권과 영남의 인구비율을 고려할 때 가장 안전한 선거를 치룬 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내각 구성과 관련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라는 비웃음이 나올 정도로 편파적인 코드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지지도가 폭락하는 현상을 빚었다. 그러나 4월 실시된 총선의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진정한 견제 및 대안세력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한 결과이지만 이 역시 투자 대비 수익을 철저히 챙기는 경제적 셈법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치인에게 있어 정책을 투자라고 한다면 수익은 ‘표’다. 초고속 성장기에 대기업 그것도 건설회사의 대표를 맡았고, 대선의 발판으로 서울시장을 딛고 점프한 이 대통령이기에 정치철학의 기반이 대기업과 수도권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치적 소득을 최대화하는 육감(六感)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총수는 종합부동산세를 겨냥해 ‘부자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이라고 표현했다. 종부세 감세의 수혜자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각료 가운데 종부세 감세의 최고 수혜자가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설마 했는데 지난 10월 본보의 취재 결과 충북 공직자 가운데 종부세 완화의 금·은·동메달은 정우택 지사, 남상우 청주시장, 김호복 충주시장이었다.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감세정책은 그 효과의 76%가 부유층과 대기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역적으로 볼 때는 역으로 재정자립도가 10~20% 수준에 머무는 열악한 비수도권 시·군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울과 경기, 그리고 경기도의 7~8개 시·군은 교부세 없이도 살림이 가능한 ‘불교부자치단체’인지라 사실 감세를 하든 증세를 하든 관심 밖이다.

정부가 공장설립 등에 대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비수도권 정치권이 뜨겁다. 지방정치인들이 모처럼 중앙정부에 예속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 반갑다. 그런데 정말 비수도권을 황폐화시킬 것이 뻔한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냉담한 반응이다. 아직 그 피해를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다행스러운 것은 수도권 주민이나 비수도권주민이나, 부자들이나 서민이나 모두 ‘1인1표’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지방과 서민에 대해 폭압적 시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짓밟힌 약자들은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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