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정치경제부 기자

이제는 전문경영인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업을 넘겨주고, 아들은 또다시 아들에게 기업을 상속한다. 하지만 기업의 흥망성쇠가 더 이상 경영자 한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아닌 만큼 차기 경영인을 선택하는 것은중요하다. 단순한 부의 상속이 아닌 기업과 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운명을 선택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전문경영인체제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하지만 지역업체들은 여전히 대부분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많은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창업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창업하고 일가를 이룬 1세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후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일도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창업주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경영수업을 택한다.

대부분의 창업주들은 2세 경영을 위해 오랜 준비를 거친다. 지역업체의 2세들도 대부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다녀오거나 석·박사 과정을 거쳐 해당기업에 입사하기까지 긴 세월 경영수업을 받는다. 준비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에 오르면 자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거나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최고경영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

한국도자기 3세 김영집 코디너스 대표 횡령 및 배임 사건을 통해 지역의 2세 경영인들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그 중에는 세습이라는 비판이 무색한, 기업을 더욱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에도 인색하지 않은 훌륭한 경영인들이 있었다. 반면 잘못된 경영으로 선친이 이뤄놓은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거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학을 배우고 경영수업을 받으며 오랜시간 그들이 배우며 준비한 것이 고작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부를 쌓을지 라면 위험한 일이다. 2세 경영자들에게 더 강조돼야 할 것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덕목이다. 경영자는 독선적인 경영이나 일방적인 이익 추구가 아닌 사회에 대해 일정한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생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사회성과 다른 업체나 집단에 피해를 주지 않고 공공질서를 지켜야 하는 공공성,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공익성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것들을 이론만으로 터득하기는 쉽지 않다. 아버지의 몫이고 어머니의 몫이다. 취재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한 2세 경영인의 어머니가 10년 전 자녀의 교육에 대해 한 언론에 기고한 내용을 본 필자는 난감했다. ‘우리 아이의 리더십을 발견하고 전문경영인 수업을 어릴 적부터 했다.’ 글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그의 판단대로라면 더없이 훌륭한 경영인으로 성장해야 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결코 이곳저곳에 잘 키웠다고 자랑할 모습이 아니다.

좋은 학교에 보내고, 뒷바라지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사회에 기여하고 올바른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교육을 했어야 했다. 기업에 대한 가치, 사회에 대한 가치를 1세대가 몸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몇 천금의 부도 잘 가르친 한 아들만 못하다(黃金千萬兩 不如一敎子)’는 안중근 의사의 유언이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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