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말 표준어, 그리고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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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말 표준어, 그리고 사투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11.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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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 서원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정책 발표 이후 지방은 벌집을 쑤셔놓은듯 연일 북새통이다. 수도권을 뺀 전국 13개 시·도의 단체장들은 이 정책이 지방경제를 완전히 죽이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이 나라가 도대체 수도민국이냐는 자조 섞인 통박까지 해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표준어정책의 부당함에 대해 지역말 연구모임인 탯말 두레(탯말은 어머니 태속에 있을 때부터 배운 말)회원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개최된다는 흥미로운 뉴스가 보도되었다. 정부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하고 공문서와 교과서에 표준어만을 쓰도록 한 데 대한 헌법소원이다.

전국 각 지역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123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정부가 지역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지역어 사용을 자유롭게 하고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자신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교육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서울말이 아닌 지역어를 사용하고 있는 청구인들을 상대적으로 교양이 없는 사람들로 간주해 멸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표준어규정은 일제식민지시기인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펴내면서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정리한 이래 1988년 문교부고시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변경되고 이어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어문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어가 국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식민지시대에 우리말을 정리, 보전하기위해 조선어학회가 공들여 만든 한글맞춤법 통일안과 표준어관련규정은 그 나름의 시대적 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말 중심의 표준어규정에 대해서는 그 당시부터 신중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장남으로 저명한 한글학자였던 홍기문은 1935년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속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지적하였다.

첫째 수도는 항상 변경 가능한 것이고 둘째 수도말이 다른 방언보다 모든 점에서 우수하거나 그 사용범위가 반드시 더 넓은 것은 아니며 셋째 한자어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중류사회의 말에 비해 농민, 노동자 등 하류사회의 말에 동·식물과 관련된 고유어가 많이 남아 있어 방언들간의 융합과 계급적 차이가 나는 말들 간의 융합을 통해 표준어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해방직후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한글교육을 위해 연변교육출판사에서 펴낸 ‘한글맞춤법 통일안 해설서’에는 서울말 중심의 표준어제정에 대해 더욱 신랄한 비평이 가해지고 있다. 표준어는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쓰이는 말이어야 하며 어떤 한 지방에서만 쓰이는 말은 서울말일지라도 사투리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수도 서울은 한문을 진서라 하고 우리말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한글을 언서, 언문이라 하여 천시하던 관리나 사대부들이 일삼던 한학(漢學)의 중심지였다. 더구나 일제시대에는 식민지 노예문화의 중심이 되어 민족문화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곳이 서울인데도 어느 나라든지 표준어는 수도의 말로 정한다는 빈약한 논거에 기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해방 이후 수십년간의 표준어정책을 되돌아보면 우리민족의 다양하고 풍부한 언어자산을 서울이라는 지역말에 한정시킨채 각 지역 방언에 대해서는 공공성이 없고 열등한 말로 비하해왔다. 이러한 일방적이며 배타적인 어문정책 아래서 각 지역사람들의 다정다감한 정서와 역사와 경험이 무르녹아 있는 방언들은 보전, 계발되지 못한 채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소설 「임꺽정」이나 「태백산맥」의 맛깔 나는 토속어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제주도 방언 속에 남아 있는 중세국어의 흔적에 학자들이 반색하는 모습도 점점 보기 힘들어질지 모른다.

수도는 인위적으로 옮겨지는 것이기에 우리민족 각 지역 간에 두루 소통되면서 빛나는 방언들이 묻히지 않고 진가를 발휘하는 새로운 어문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방언의 가치를 모르는 표준어처럼 지방의 참다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추진되는 지방균형 발전정책이 허망한 것임을 지금 교양없는 사투리를 쓰는 13개 시·도의 지방민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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